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계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의 제재로 칩 공급과 반도체 제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화웨이가 결국에는 자국 반도체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 중 화웨이의 구멍 뚫린 공급망을 메워줄 만한 구원투수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에도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수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 역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사실상 화웨이 반도체 공급을 차단한 것이다.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화웨이와 거래를 일찌감치 끊었다.
TSMC의 의존도가 높았던 화웨이는 서둘러 대안 찾기에 나섰다. 후보는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와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유니SOC가 꼽힌다.
대만 반도체리서치 업체 이사야캐피탈리서치의 에릭 청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금수’ 조치에 대응해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5G 기지국용 칩을 충분히 비축한 정황이 있다"며 "화웨이의 단기적 계획은 대만 TSMC에서 공급받던 반도체 물량을 상하이 SMIC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두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이미 국영 투자자들은 SMIC에 약 160억 위안(약 2조7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는 SMIC의 상장 신청을 18일 만에 초고속 승인하면서 SMIC의 자금조달 속도를 높였다.
유니SOC에는 주요 반도체 인력을 포진시켰다.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상당수 인력이 최근 유니SOC로 이직했다.
◇"화웨이, TSMC 대체할 별다른 대안 없어"
다만 이들 대안이 화웨이의 공급망 '구멍'을 완벽히 메워줄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에릭 청 CEO는 “2023년 전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5G 칩에 대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에 의미 있는 도움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TSMC를 대신할 국내 반도체 기업은 없다”며 “중국 반도체 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거대 자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다른 기술에 비해 설계와 생산에 수십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복잡한 분야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토마스 허슨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황에서 화웨이는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수많은 제품들을 재설계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TSMC를 대체할 대안이 거의 없어 SMIC와 유니SOC에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외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로 중국 또 다른 통신장비 업체인 ZTE(중싱통신)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상하이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ZTE가 5G 수주에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화웨이의 중국 내 주문 대부분이 ZTE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ZTE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화웨이 사례와 비슷한 미국기술 금수 조치를 받았지만, 3개월 만에 과징금을 지급하고 경영진을 물갈이하는 방법으로 금수조치가 해제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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