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대학 캠퍼스 커플로, 학교 체육대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날 신승재 씨는 "아내가 체육대회에서 씨름을 하는데 아내보다 덩치가 1.5배 정도 큰 상대랑 했다. 저는 질 줄 알았는데 아내가 그 사람을 메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보통 여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얼굴도 예뻤다. 제 눈에는 에뻤다. '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천혜린 씨는 "저는 그냥 버텼는데 넘어간 거다. 운이 좋았던 거다. 그 씨름 이후로 저는 나는 정말 시집 다 갔다고 생각했다. 근데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씨름 여자 우승자 이름을 알고 싶다는 글이 올라온 거다. 알고 보니까 그 사람이 이 사람이었다. 인연이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께 소 키울 여자가 이상형이었던 승재씨는 혜린 씨를 보자마자 '이 여자다' 싶었다고 한다. 승재씨의 프러포즈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랑 소 키울래?"였다.
평생 농촌에 살겠다는 같은 마음을 먹었던 두 사람은 졸업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졸업도 하기 전에 혜린 씨가 덜컥 임신을 한 것. 두 사람은 부랴부랴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혼인신고를 했고 지난겨울, 아들 재호가 태어났다.
승재 씨와 혜린씨는 아들과 함께 부모님이 지내던 축사 옆 건물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승재씨는 스물셋에 세 식구의 가장이자 80여 마리의 한우를 보살피는 축사의 주인이 됐다. 새벽부터 일어나 소밥부터 챙기는 승재씨는 얼마 전부터는 가축인공수정사로 마을 축사 이곳저곳을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지런한 것으로는 아내, 혜린씨가 한 수 위라고. 아기 키우면서 살림도 야무지게 하더니 몸 푼 지 백일 만에 감자 농사도 시작했다고 한다.
모내기 철이 되자 소는 키워도 농사는 싫다던 승재씨는 생애 처음 나만의 논을 마련하고 내친 김에 이앙기 운전까지 배워 모 심기에 도전했다고.
게다가 승재씨는 친정집 농사는 어쩌나, 걱정하는 아내 혜린씨를 위해 처갓집 모내기까지 나섰다.
승재씨는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고 보니,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농사와 축사일, 살림과 육아 등등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슬기롭게 개척해나가는 동갑내기 부부의 영농생활은 29일부터 7월 3일(금요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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