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현재까지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문 대통령과 비건 부장관과의 면담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비건 장관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노력 의지를 다지면서 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정 실장에 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바통’을 이어 받은 만큼 서 신임 실장과 상견례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서 실장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비건 부장관과 비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상하고 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들과의 면담은 인사청문회 준비 등 물리적인 시간 문제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비건 부장관은 7~9일 방한하는 동안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1차관 등 외교부 인사들은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서울에 도착한 뒤 ‘약식 기자회견’을 통한 브리핑도 예정돼 있다.
아무래도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재타진 여부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10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의 분석들을 종합하면,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을 상대로 판문점 대화 같은 획기적 접근을 시도하기보다는 북한의 도발 저지 등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한·미)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려고 오는 것)”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2기 외교·안보라인이 ‘대북통(通)’ 일변도로 구성된 것을 우려, 한·미워킹그룹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압박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대선 전에 만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북쪽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오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들을 했는데 그건 상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 한 번 다녀왔는데, 갑작스럽게 그때 가서 비건을 만나고 왔다”면서 “그때 아마 워킹그룹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불변하다’, ‘흔들지 말라’, ‘해체 같은 건 없다’ 등 그런 통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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