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마켓 신호탄···지수 상승폭, 거래대금, 시총 모두 5년래 최고치
지난 6일 중국 증시는 '불마켓'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단숨에 200포인트 가까이 뛰며 3100선에서 3300선으로 올라섰다. 상승폭은 5.71%로, 5년 만의 최고치였다.
일일 거래대금은 1조5600억 위안(약 265조원)을 돌파하며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워낙 갑작스레 주식 거래가 몰리는 바람에 중국 각 증권사 주식거래 모바일 앱은 과부하가 걸려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빚어졌을 정도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강세장', '주식계좌 개설' 등 주식 용어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폭등장 속 이날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은 모두 합쳐서 10조 달러(1경19551955조원)를 넘어서며 201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부터 3거래일에 걸쳐 중국 증시엔 모두 439억 위안어치 외국인 자금도 유입됐다.
중국증시 건강한 불마켓 뒷받침 배경 네가지
우선 중국 지도부는 관영언론을 동원해 주식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증권보가 6일 1면 사평을 통해 중국증시 '띄우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사평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중국 A주(본토주식)의 '건강한 불마켓(健康牛)'을 육성하는 건 새 기회와 새 국면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며 "경제 펀더멘털, 자본시장 개혁, 거래량 급증 등 호재 속에서 중국 증시는 '건강한 불마켓'의 기초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유니콘 기업 캠브리콘 등을 비롯한 전도 유망한 하이테크 기업이 잇달아 중국 증시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불마켓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로, 미·중 '반도체 전쟁' 속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기업이다. SMIC는 중국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2차 상장을 통해 최대 530억 위안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계획했던 규모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SMIC 가치를 시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중국 경기에 대한 회복 기대감도 커졌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 민간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감지됐다. 중국증권보는 "2분기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과 당국의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중국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 속 중국이 주식등록제 개혁, 주가 상·하한가 규제 완화, 당일 결제시스템(T+0) 방식 도입 등 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국증시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금공사는 5일 자본시장 개혁 등에 힘입어 향후 5~10년내 중국증시 시가총액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소식에 6일 하루에만 중국 증시에서 12개 증권사 종목 주가가 일일 상한폭인 10%까지 급등했다.
2015년처럼 '폭등 후 버블붕괴' 재현 가능성 '희박'해···
블룸버그는 "중국증시의 극적인(Dramatic) 움직임이 5년 전 폭등장을 연상케 한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때와 같은 버블 붕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5년 중국 정부는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인들의 주식 투자를 적극 부채질했다. 중국 기업들이 부채를 갚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증시를 지목하면서다.
당시 중국 주식시장엔 '광풍'이 불었다. 2014년말까지만 해도 3000선에 머물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6월 5000선 꼭지점을 찍었다. 하지만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들며 오히려 부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는 버블 붕괴로 이어지며 한 달만에 지수는 3000선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현재까지 중국증시는 줄곧 2000~3000선대에만 머물러왔다.
대폭락의 경험을 겪은 중국 지도부로선 2015년처럼 증시를 부양하는데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상하이 줘주투자운용 왕줘 펀드매니저를 인용, "중국은 지난 2015년 사태가 재현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럽다"며 "상승장 인한 이득보다 거품 붕괴 이후 나타날 투자심리 위축이 더 크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중국 증시에서 거품 붕괴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대주 거래가 1조 위안 남짓에 머물고 있다. 2015년 폭등 당시 2조 위안을 웃돈 것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며 글로벌 증시가 폭등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상대적으로 통화 완화에 신중한 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홍수처럼 돈을 푸는 양적 완화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는 것.
인민은행은 지난주 모두 4900억 위안어치 시중 유동성을 순흡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두 차례에 걸쳐 0.3% 포인트 인하한 게 전부다. 2014년말부터 2015년까지 인민은행이 6차례에 걸쳐 대출,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1.65%, 1.5% 포인트 인하한 것과 비교된다.
다이밍 상하이 헝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증시가 2014~2015년 경험했던 폭등 후 버블 붕괴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처럼 시장에 돈이 넘쳐나지 않는다"며 "중국 지도부는 통화 완화에 매우 '신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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