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정 수석부의장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워킹그룹의 해체를 주장하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주한미군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 수석부의장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방한 목적은 ‘한·미워킹그룹’에 있다며 북·미 비핵화 회담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날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이 “(한·미) 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확실하게(하려고 오는 것)”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8월 한·미 군사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이 비건 부장관 방한을 앞두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의 담화를 발표하고, 북·미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미국 역시 북·미정상회담이든 실무회담이든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비건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부상이 ‘직접 새판을 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로 북·미 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며 “북한이 말하는 새 판이라는 것은 미국이 확실하게 수교를 해 주고 그다음에 군사적으로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평화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미국은 그럴 계획이 없다. 왜냐하면 계속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기를 바라는 게 미국의 30년 넘은 북핵 정책”이라며 “이번에도 변할 건 없다”고 못 박았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북한의 대남사업이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되는 등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한미워킹그룹이 한국의 대북정책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과 협의하기 시작했고, 비건 부장관 방한 목적도 한반도 정세와 한·미워킹그룹 운영 방식 논의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한·미워킹그룹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도록 만든 (미국이)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면서 북한을 불러냈다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오히려 배신감 때문에 북한이 자기 수단을 강화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미워킹그룹이 해체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워킹그룹을 깨도 관계없다. 그동안 한·미워킹그룹 없이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는 꾸준히 돼왔다”며 “우리 정부가 깰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깨려 할 경우 야당에서 한·미동맹 깨려는 것이냐는 식으로 겁을 주고 협박하면서 반대할 텐데 한·미워킹그룹 없이도 한·미동맹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그날 태평양은 중국의 바다가 된다”며 주한미군이 절대 철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 미군이 있기 때문에 최전방 전초기지로서 남한이 역할을 해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할 수 있고 중국이 지금 함부로 태평양으로 나가지를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최근 볼턴 회고록에서 미국의 본심이 드러났지만 군사복합체와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의) 실무 관료들은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 해결이 되지 않도록 판을 흔들고 무기시장으로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본 목적”이라며 “이것을 좀 알고 워킹그룹 해체하면 안 된다는 소리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북핵 문제를 논하고 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무부처가 통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무부를 시켜서, 외교부를 통해서 외교를 하니까 첫째 북한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얘기하게 돼서 상대방 설득을 못 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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