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크루셜텍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보였다.
2001년 설립된 크루셜텍은 광학식 입력장치를 HTC·블랙베리 등에 공급하며 성장했지만,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정전용량식 지문인식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2016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또다시 침체기를 걸었다.
최근에는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유상 증자와 사옥 매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썼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폴더블폰 Z플립에도 사이드형 지문인식 모듈 장착시켰다. 지난달에는 일본 소니가 출시한 5G 스마트폰 모델 ‘엑스페리아1 마크2’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블랙베리·HTC가 무너지면서 1차 위기를 겪었고, 지문인식으로 더 큰 성장을 했지만 사드로 어려워졌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유상증자를 끝내면 세 번째 드라마틱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지난 2년여 동안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부실 부분을 다 털어냈다. 조만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 혁신 기업 중에서도 유례없는 ‘W자’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안 회장은 연쇄 창업가다.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이번 구조조정 과정은 특히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미 많은 창업 경험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번 구조조정 과정을 피부로 느끼면서 절박한 경험을 다시 해봤다”며 “(주가가 떨어져) 주주들에게 미안하지만, 오너로서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판 적이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번 유증도 엄청난 돈을 넣어서 다 따라갔다. 새로운 제품 개발 준비와 투자를 많이 했고, 이제 거둬들이는 단계에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남은 건 턴 어라운드와 세 번째 성장이다. 창업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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