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M&A 딜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원인으로 발표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적극 반박하면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소송을 벌인다고 해도 이스타항공이 취할 실익은 별로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제주항공이 계약금과 지원금을 상환하라는 소송을 할 것이라고 본다. 상장회사인 제주항공은 소송을 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이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자연적으로 소송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이스타항공이 더 크다는 자본시장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이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매월 지급하는 지급금이나 임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창업주와 대주주 일가의 불투명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창업주 자녀들이 자본금 3000만원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서 이스타항공 지분을 단숨에 사들인 부분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된 자금의 편법증여와 적법성에 대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또 담보로 제공한 지분이 사라진 것도 의혹을 더하는 대목이다. 이스타항공에서는 자신들도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문제도 지적됐다. 이 부분은 해외와의 거래라서 더욱 더 투명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이스타항공이 완벽하게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주항공은 항공사 경영과 경영상황에 따른 문제점보다는 불투명한 지분, 지급보증이 이번 M&A를 무산시킨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ESG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명동기업어음시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오너가 형제간 균열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힘을 합쳐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면 아마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배구조 문제가 없었다면 100년 기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대적 M&A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그룹도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의 적대적 M&A 전쟁을 시작한 KCGI 측의 첫 일성은 오너의 부도덕과 경영전문성 결여였다. 재판 중인 고(故) 조양호 회장 부인인 이명희 고문의 갑질과 폭행,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과 갑질,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갑질 등이 국민여론을 악화시켰다. 이틈을 노린 KCGI가 적대적 M&A를 시작했다. 양측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지금도 지분확보는 물론이고 상대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지원을 받고 사회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 결국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앙인터빌 관계자는 “ESG 평가가 이제는 경영일반이나 채권, 대출뿐만 아니라 M&A에까지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련의 항공업계 M&A는 기업이 잠시라도 ESG 경영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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