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 투자가 좋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 결과가 믿을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오피니언에서 환경,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이라는 이른비 ESG를 평가하는 잣대가 제각각이며 이름만 갖다붙이면 되는 식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 투자가 호황이며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ESG 투자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물음을 제기한 것이다.
어떤 곳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서만 ESG 점수를 매기지만, 어떤 곳은 기업의 운영 방식 전체를 기준으로 채점하고 있다.
일관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ESG 지수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례로 MSCI 미국 장기 ESG 포커스 지수는 올해 S&P500지수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MSCI 미국 ESG 리더 지수는 2월 고점 대비 S&P500지수보다 오름세가 저조했다.
또 S&P500 기업들의 ESG 지수는 올해 S&P500지수보다 상승률이 컸지만, 러셀1000지수 기업들의 ESG 지수의 경우 러셀1000지수 상승률에 못 미쳤다.
아울러 WSJ은 최근 ESG 지수가 시장을 앞지르는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한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와는 상관이 없으며 그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행운을 만났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에 봉쇄령이 떨어지면서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는 크루즈선과 항공기가 멈춰섰고 화석 에너지 수요도 급감했다는 것. 화석 에너지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ESG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는 ESG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MS의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도 WSJ은 설명했다.
리갈앤드제너럴투자관리의 데이비드 배런은 "거시 경제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있을 때 A회사가 ESG 점수가 높다고 해서 B회사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 주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SG 채점 방식이 너무 후하다는 지적도 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플로리안 버그 연구원이 2017년 924개 기업을 대상으로 5개 ESG 점수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ESG 항목 각각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낸 기업은 35개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결국 ESG만으로 돈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부적절하면서, 기업이 실적 외에 ESG에도 초점을 맞출 때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