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달 31일 1191.3원(종가 기준)까지 하락해 지난 3월 고점이었던 1285.7원에 비해 단기간에 7.34%나 하락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위축과 연관이 깊다.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32.9%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다소 나은 수준이나, 분기별 성장률 집계가 시작된 1947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기존 역대 최대 하락폭인 1958년 1분기(-10%)와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올해 1분기 -5%를 기록한 이후 곧 이어 낙폭이 커졌다는 것도 상당한 충격이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441만4834명, 사망자 수를 15만447명으로 집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지난 5월 말까지는 줄어드는 듯했으나, 6월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29만2673건)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센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도 각각 10만건 이상의 신규 실업수당이 청구됐다.
흔들리는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재확산 문제가 없는 글로벌 주요국은 본격적인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표된 유로지역 7월 전(全)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8로 기준치인 50을 넘어 긍정적인 수준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입은 중국 역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3.2%로 전환돼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의 가치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실직자에게 지급해왔던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이 지난달 말 종료됐다. 민주당은 이를 내년 1월까지 연장하자고 주장했으나, 백악관과 공화당은 실직자의 일터 복귀를 늦춘다며 반대한 탓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추가 실업수당이 종료되면서 저소득층이 소득 절벽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소비와 투자가 더욱 줄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상호 총영사관 폐쇄라는 극단적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미국의 경기 회복과 달러 가치 하락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지속할 경우 미국 내부의 경제 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최대 규모 헤지펀드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이 법으로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거나 중국에 국채 대금 지급을 보류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도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던 달러도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가치가 급락하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지난 3월에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으나 최근에는 그 같은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