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대해 반독점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렇게 해석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 디지털결제 시장을 크게 성장시켰지만, 디지털화폐(CBDC,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출시가 임박하자, 금융 시장 주도권을 다시 전통적인 은행에게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인민은행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결제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인민은행은 이들과 은행들이 보다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하길 바라고 있다”며 “디지털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점유율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규제 당국이 조사를 시작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언제 결정할지도 현 시점에서는 불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당국의 조사를 막기 위해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디지털결제 시장에 최소한의 규제만 시행했었다. 상하이에 있는 금융산업 전문 리서치 회사 카프로나시아의 제넌 카프런 이사는 “중국 디지털 결제 시장이 본격 출범한 이후 규제당국이 시장을 가볍게 규제하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여줘 놀라웠다”면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반독점적 시각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관대한 규제로 중국의 ‘현금 없는 사회’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분기 약 56조2000억 위안(약 9592조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알리페이가 55%, 위챗페이는 39%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다. 앤트그룹과 위챗페이의 사용자 수는 각각 9억 명과 8억 명에 이른다.
그러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 점령이 워낙 막강해지자, CBDC 상용화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이에따라 이들 지배력을 약화 시키기 위해 이번 반독점 조사의 원인이 됐다는게 FT의 해석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2016년 중앙은행으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한 뒤 CBDC 개발을 서둘렀다. 특히 올해는 CBDC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이미 지난 4월 선전 등 4개 도시에서 비공개 CBDC 사용 시험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3일 열린 올해 하반기 공작회의에서 처음으로 CBDC 개발을 언급하고 "법정 디지털화폐의 비공개 내부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 디지털화폐 개발은 디지털경제의 법정 화폐 수요를 만족시키고 소매결제의 편의성과 안전성, 위조방지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며 CBDC 출시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만일 당국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면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홍콩과 상하이 상장 추진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우려도 크다.
앞서 앤트그룹은 지난달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과 홍콩거래소에 동시 상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민간 기업이 두 개 거래소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앤트그룹은 정확한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말로 예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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