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에 생명보험사들이 차라리 보장하지 않는 질병이나 사고를 약관에 명시하자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생보사들의 표준약관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1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는 중장기 전략으로 '표준약관 개선'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생보 표준약관을 손보 표준약관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생보와 손보의 표준약관에서 가장 큰 차이는 포지티브(positive )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다. 생보는 포지티브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보장하는 질병이나 사고를 약관에 기재하는 것이다. 반대로 손보는 보장하지 않는 질병이나 사고를 약관에 넣고 있다. 약관 변경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되는 금감원의 표준약관 변경 지시에 '근본'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등 제3 보험은 생보와 손보 차이가 없어 네거티브 방식으로 약관을 바꾸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하면 네거티브 방식으로 약관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관 내 이해 상충이 발생했지만, 금감원은 S~Y 사이에 U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이런 내용을 표준약관에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금감원의 표준약관 변경 권고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남은 자살보험과 즉시연금도 표준약관 문제에서 출발했고 금감원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약관을 개선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암 치료와 관련한 요양병원 보험금 지급도 표준약관의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 표준약관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아직 들은 바 없다"며 "개정안이 오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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