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수도 방콕에서 16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시민 약 1만명은 이날 방콕 시내 민주주의 기념비 앞에서 '자유국민운동'과 '자유청년' 등이 주최한 반정부 집회에 참여했다.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3월 26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최대 규모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의회 해산,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헌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24세 한 청년은 외신 인터뷰에서 "더는 소셜미디어 안에서만 있지 않겠다.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원하고 그들은 우리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는 최근 태국 당국이 반정부 활동가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한 것과 맞물렸다. 당국은 지난 7일 반정부 활동가 2명을 폭동과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가 보석으로 석방했고, 14일에도 유명 반정부 활동가인 빠릿 치와락을 체포했다가 보석으로 풀어줬다. 당국은 다른 반정부 집회 참석자 12명의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민들은 군부가 개정한 헌법도 문제 삼았다. 2014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태국 군부는 201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고, 총리 선출 과정에 하원의원(500명)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상원의원이 군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상원의원의 몰표를 받아 재집권에 성공했다.
집회에서는 군주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왕실 모독죄에 최고 15년 징역형을 부과할 만큼 왕실의 권위가 높은 태국에서 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날 방콕 시내 일부에서는 수십 명의 시민들이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 옷을 입고 정부와 왕실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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