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전자상거래(EC)의 이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이용자는 연내에 3억명을 넘어, 기존 예상으로는 2025년에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던 수준에 5년 일찍 도달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에 따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매업자들은 실제 매장과 전자상거래의 각각의 장점을 살려, 배송망 등을 염두에 두면서 판매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페이스북과 컨설팅 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의 디지털 소비동향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에 의하면, 6개국의 전자상거래 이용자는 올해 말까지 전년 대비 11% 증가한 약 3억 1000만명에 도달할 전망이다.
2018년 기준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는 2억 5000만명으로, 15세 이상 총 인구의 57%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2019년에 64%로 확대됐으며, 2020년에는 69%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북 등은 같은 조사의 일환으로 올해 5월, 6개국 소비자 1만 64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쇼핑의 주요 채널이 전자상거래'라고 응답한 비율은 44%로, 전년의 30%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국가별로 보면, 특히 말레이시아가 25%에서 48%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과거 1년간 쇼핑의 주요 채널을 전자상거래로 바꿨다'고 응답한 사람도 41%에 달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쇼핑을 하는 소비자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베인 앤드 컴퍼니의 펄러니스 엔담리 파트너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의 영향으로 집에서 '밖에 나가지 않고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와 요리배달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컨설팅 회사 케이에이쿄소키한(経営共創基盤, IGPI)의 싱가포르 법인 사카다 코우키(坂田幸樹)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록다운(도시봉쇄)으로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는 늘어났으며, 기업측도 오프라인 매장운영이 불가능해져,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경영전략 컨설팅사 롤랜드버거의 시모무라 켄이치(下村健一)씨에 의하며, 식자재와 관련해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실물을 직접 보고 구매한다", 기업들은 "신선도 유지 및 재고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낮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구매⋅판매양식이 완전히 정착했다.
■ 큰 기업들이 잇달아 전자상거래 강화
페이스북과 베인 앤드 컴퍼니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자상거래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는 2025년에 3억 4000만명에 달해, 2019년 대비 21%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1인당 소비액은 2019년에 비해 3.2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전자상거래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규모가 큰 기업들은 잇달아 전자상거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슈퍼운영사 NTUC페어프라이스는 온라인 판매능력을 현재의 1.3배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인원확충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계 맥주 제조사 하이네켄 베트남은 코로나 유행 이후부터 온라인 판매에 주력. 동남아시아에서는 지방 거주자들에게도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한 판매 강화를 위해서도 '디지털 채널' 개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영국, 네덜란드의 식품, 가정용품 업체 유니레버의 인도네시아 법인 힐라 토리아디 전자상거래 부문장은 "각종 소비재 판매에서 전자상거래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오프라인 매장과 전자상거래를 융합한 '옴니채널(Omnichannel)' 방식의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 변화에 맞춘 개혁을
롤랜드버거의 시모무라 켄이치씨는 동남아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미래에 대해, "배차업체 그랩 및 고젝이 제공하는 '모빌리티 프로바이더형 전자상거래'가 특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남아시아에서 2개사와 같은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깊게 침투되어 있으며, 오토바이 등으로 즉시 배송수요에 대응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본계 기업에 대해서는 "리테일 포트폴리오(소매점의 장소, 규모, 내용 등 출점상황의 구성)를 전략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전자상거래는 일상적인 구매하는 곳과 같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리테일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판매채널이 늘어나면 유통이 복잡해지는 것을 고려해, 유통구조의 최적화 및 서프라이 체인(공급망)을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엔담리 파트너는 "역내 디지털 소비자는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의 행동패턴의 변화가 뉴노멀을 형성해 가고 있다"고 말해, 소비자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