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발 갈등의 시대 ‘리더의 품격’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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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증권부 부장
입력 2020-09-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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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아주경제 증권부장

“카이스트(KAIST)에서 꼭 국내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도록 해달라.”, “언젠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리라 생각했고, 국가 발전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고, 그 원동력은 카이스트라고 확신한다.”

최근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평생 모은 676억원 상당의 재산을 카이스트에 기부하면서 한 말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은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아쉬움과 희망, 기대감, 아낌없는 지원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우리나라의 언택트(비대면) 관련 IT 산업은 성장 기대감이 아주 큰 분야다. 이 회장의 기부는 단순한 재정적 기부만이 아닌 노벨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퀀텀 점프(단기간에 비약적 성장)할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줬다는 의미도 크다.

더욱이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나라를 위하는 뜻을 가진 분들이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이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기술 인재 투자에 부자들의 더 많은 참여를 독려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리더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맹자의 양혜왕편을 보면 리더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양나라의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노인께서 천 리를 멀게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장차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것입니까.”

맹자는 반문하며 “어찌 왕은 하필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지배층)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며, 서민과 평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생각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리더가 어떤 핵심 가치를 가지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로움만 추구하는 리더의 사고와 판단에 대한 일침과 함께 리더의 가치관과 행동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최근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우려라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정부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정책을, 의사협회는 파업으로 맞서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때 품격 있는 리더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게 된다.

정부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육성 등 4대 의료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의사협회는 공공의료 기반 개선보다 의사 수 증원, 불투명한 학생 선발과 인기과 전공 가능으로 수도권 집중화 심화, 세금 폭탄, 검증되지 않은 한약 우려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빌미로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이를 위반한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경찰 고발,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까지 나서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 없고 집단 이익만을 좇는 모양새다.

또한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촉발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개신교계와의 갈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개신교계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며 비대면 예배를 강조했다. 하지만 개신교계는 “종교단체를 영업장, 사업장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면 예배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중한 시기에 정부와 이익단체, 종교계, 국민들 간 비난을 넘어 편가르기, 혐오까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 결정에 따라 분열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개탄스럽다.

대통령, 의료계, 종교계 지도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이로움이 아닌 의로움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지자들을 대표해서 조직의 입장을 관철해야 하는 리더에게 품격을 발휘하라는 주문은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은 예외 없이 공멸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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