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갑'의 횡포 ]② 대형마트, 입점업체 수수료 쥐어짜기가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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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기자
입력 2020-09-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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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에 상생은 커녕 '최소보장임대료' 적용...입점업체 적자나도 수수료 챙기는 본사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 본점. [사진=홈플러스 제공]

 
[데일리동방]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최소한의 방어수단도 없어요. 저희가 바라는 건 적어도 최소보장임대료를 요구하지 말고 일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는 거죠."
 
대구·경북 경주 지역 홈플러스 지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19 초기부터 하루 방문 고객이 10~20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최근에는 이마저도 없다. 아예 '0'명"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 점주들은 "내 수입은 커녕 직원들 월급,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인데, 본사에서 최소보장임대료를 요구해 매달 1천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계속되는데 홈플러스가 상생하지 않고 소상공인을 힘든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중이용시설로 손님 발길이 비교적 뜸해진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확산 이후 매출이 반토막났다. 그러나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코로나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입점업체로부터 임대수수료를 쥐어 짜내고 있다.
 
7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코로나19 이후 매출액이 급감한 입점업체에 매출 절반이 넘는 금액을 '최소보장임대료'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대구의 한 홈플러스 지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6월 매출액 절반에 달하는 850만원을 임대수수료로 지급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홈플러스와 월매출액 20.5%를 임대료로 내는 매출액 연동방식으로 수수료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4년까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지난 해 말 A씨가 자비 3억원을 들여 매장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하자 재계약을 요구했다. 매출연동제를 기본으로 하되 월 순매출이 4550만원 이하일 경우 정액으로 932만8000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상한 조건도 붙였다. 월 순매출이 854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매출분에 대해 수수료율 14.35%를 별도로 내라는 것이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리모델링이 어렵다고 못박았다. 유행하는 캐릭터 등이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상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키즈카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때 매출이 급감한 상황을 경험한 A씨는 홈플러스 측에 최소보장임대료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칫하면 매출액 100% 이상을 수수료로 지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홈플러스 본사 바이어, 대관 팀장은 A씨와의 통화에서 "메르스와 같은 재난 상황 발생시 수수료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2월 이후 매장 순매출이 4550만원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홈플러스는 2월부터 5월까지는 매출연동제를 적용해 매출액 20.5%만 임대수수료로 지급하도록 했다. 2월 매장 매출은 2043만원이었다. 대구에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3월에는 휴업으로 매출이 아예 없었고, 4월 매출은 598만원, 5월은 1587만원이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6월부터 사전 협의 없이 혼합형 수수료를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A씨가 6월 부담한 임대수수료는 매출액 1704만원의 절반이 넘는 855만원이 됐다. A씨는 "직원 월급과 지난해 투자한 리모델링 비용 등을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면서 "본사는 잃는 게 없는데 입점업체는 장사가 잘 돼도, 안 되도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지난 2~5월은 배려 차원에서 특수하게 매출연동제를 실시한 것이고 6월부터는 최소보장임대료 계약을 맺은 업체에 한해 본계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입점업체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홈플러스 몰사업부문도 매달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홈플러스에서 A씨처럼 하이브리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전체 매장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도 A씨처럼 임대수수료 폭탄을 맞은 상태다.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도 최저보장임대료를 입점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2018년 8월 문을 연 애경그룹 복합쇼핑몰 'AK& 홍대' 입점업체들은  매달 불어나는 적자와 과중한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애경그룹은 홍대 상권이 가진 이점과 높은 성장 가능성을 들며 초반에 입주한 업체에게 동종업계 대비 높은 최저보장임대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대보다 매출이 부진한 데다가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자 빚을 내면서까지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복합쇼핑몰·아웃렛 표준거래계약서를 만들며 ‘임대료 감액요청권’을 명시했다. 입점업체가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매출이 급감하면 임대료 감액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최소보장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형마트·백화점 등의 표준계약서에는 규정이 없어 A씨 같은 점주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정위는 약관의 위법성을 심사하는 동시에 대형 유통업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하는 등 업계의 상생을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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