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에도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질본 관계자들을 위해 ‘밥차’를 제공했다.
문 대통령 이날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와 정부세종청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방문해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이 장·차관에 대한 임명장을 청와대 밖에서 수여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동안 장관급에게는 대통령이 임명장을 줬지만 차관급의 경우 국무총리가 대신 전달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3월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5월 유연상 경호처장에게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친수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저로서는 청와대 바깥에서 고위직 정무직의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인 처음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찾아가 질본 사무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한 것에는 배려, 격려, 축하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의전상으로는 청와대에서 조금 더 격식을 갖춰서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좀 더 영예로울지 모르지만 지금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하기도 했다”면서 “무엇보다도 관리청 승격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질본 여러분들과 함께 초대 청장의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 역시 이를 희망했다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정 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장 수여식에 임명 대상자의 가족이 참석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고생하는 질본 직원들과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정 청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긴급상황센터 출입구 앞에 마련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던 모든 직원이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과 마주선 채 정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어 직원 대표인 김은진 연구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꽃다발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는 알스트로메리아, ‘감사’를 상징하는 카네이션, ‘보호’의 뜻을 담은 산부추꽃 등 세 가지 꽃으로 구성됐다.
꽃다발은 질병관리청 개청 축하와 그간 헌신과 노고에 대한 감사,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더욱 정진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를 담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에게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적힌 감사패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줄인 ‘질본’이라는 것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애칭이 됐다”면서 “K방역의 영웅, 정은경 본부장님이 승격되는 질병관리청의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질본의 ‘청’ 승격은 우리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질본이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 더 큰 역량을 가지고 더 총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길 바라는 그런 국민의 큰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코로나와 언제까지 함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까지 역할을 잘해주시고 청으로 승격을 되는 것을 계기로 해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하루 빨리 우리 국민을 정상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청장은 이에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또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그런 신종 감염병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직원 모두 한마음으로 온 힘을 다 해서 코로나19의 극복과 감염병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가겠다”며 질본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 청장은 “많은 기대와 믿음을 항상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 ‘건강 지킴이’로서 질병관리청이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이 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청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 뒤 격려의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였다.
정 청장은 환담회에서 광복절에 이은 개천절과 한글날 집회를 우려한 듯 “많은 국민들이 방역 당국이 요구하는 거리두기 기준보다 스스로 더 엄격하게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돌발적 집단 감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과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감염병 전파 속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재생산지수’를 언급하며 “1이하로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들었다”고 하자, 정 청장은 “재생산지수가 1이하로 (확산 추이가) 낮아진 상태라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확산) 속도가 급격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기 예측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 청장은 “코로나 전염력이 강해 한 명이 집단 속에 노출되면 한꺼번에 확진되고 만다”면서 “많은 분들이 종교 행사나 방문 판매 설명회 등을 통해 전염됐다.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8개월간 방역 일선에서 애써오는 질본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을 거듭 표했다.
문 대통령은 “복건복지부와 질본이 그간 한 몸처럼 잘해왔다”고 말하자, 정 청장은 “중대본 체계에서의 범정부적 거버넌스가 가장 성공적 요인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 청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은 괜찮은가”라고 물었고 정 청장은 “면역이 생겨 업무 지장은 없다. 오히려 중수본·복지부·행안부·지자체에 계신 분들이 피로할 것 같다. 의료인들의 피로도 걱정”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의료인도 국민도 지치고,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추석 전까지는 두 자릿수로 (신규 확진자 수가) 떨어지고 안정적인 선에서 관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 인력 확충 시 행정 인력뿐 아니라 전문적 역량 있는 분들도 많이 확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감염병 연구소가 생기니 든든하시겠다”고 말하자, 권 원장은 “지난번 질본 방문 당시 청 승격을 부탁드렸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몇 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과 15분간 환담을 나눈 문 대통령은 이어서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중수본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중수본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말 수고들 많다.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방역에서 성공 거둬주셨기 때문에 경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충격을 적게 받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8월 중순에 예상하지 못했던 집단감염이 돌발적으로 발생해 아마 우리 중수본으로서는 허탈하고 마음이 지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 집단 감염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니 한순간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문 대통령이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동료 직원의 일화를 소개했다. 4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한 직원이 급작스럽게 출근을 못 하게 됐는데, 이유는 부친상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직원은 “우리가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동료들의 조문도 사양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중수본을 이번처럼 대규모로 꾸리고 오랫동안 역할을 맡긴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혹시라도 지치게 되면 자기 자신에게 격려해주고 서로 격려해주고, 국민들께서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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