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이 지속 가능한 분야에 투자하는 사회적 채권(소셜본드)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상장된 원화 전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잔액은 69조5911억원으로, 지난해 말(26조7704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반 만에 2.5배 급증했다.
이 가운데 GS칼텍스·SK에너지·TSK코퍼레이션·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관련 기업 및 공사가 발행한 채권 1조3400억원과 롯데지주·한국장학재단 등 기타 기업 및 공사의 1조8900억원을 제외하면, 전체의 95%(66조3611억원)가 금융권에서 발행됐다.
금융권이 공급한 ESG채권 중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발행액이 57조6211억원으로 가장 많다. 주금공은 모든 주택저당증권(MBS)을 주거복지 등을 위해 소셜본드를 대거 공급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의 발행 총액도 약 5조원으로 큰 편이다.
민간 금융사들도 ESG채권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9500억원)이, 제2금융권에선 현대캐피탈(7300억원)의 발행액이 가장 많다. 민간 금융사들이 공급한 ESG채권 잔액은 11일 기준 3조320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400억원)보다 130% 증가했다.
여기에 장외시장에서 발행한 채권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ESG채권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투자 기관과 직접 거래한다. 국민은행은 올해 5월까지 원화채권 1조2500억원과 외화채권 17억5000만 달러를, 하나은행은 올해 8월까지 7억5000만 달러의 외화채권을 각각 공급했다. 우리은행도 장외에서 4억5000만 달러를 찍어냈다.
ESG채권은 조달금을 환경이나 사회적 사업 등 분야에 사용할 것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흔히 소셜본드로 불리는데, 세부적으로는 사용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올해 들어 ESG채권 발행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ESG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의 ESG채권 발행은 그간 그린본드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소셜본드 발행이 활발했다.
자금 조달면에서 ESG채권 발행이 유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잇단 기준금리 인하에 정기예금 고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영업을 위해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채권을 찍어내야 한다. ESG채권은 일반은행채로 분류되더라도 평균보다 금리가 낮아 연간 이자비용을 수십억원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지난달 6일 만기 3년짜리 선순위 ESG채권 3000억원어치를 연 1.01%에 발행했다. 이날 민평평균 기준 은행채(AAA) 3년물 금리 1.03%보다 2bp(1bp=0.01% 포인트) 낮은 수치다. 앞서 7월 14일에는 만기 2년짜리 선순위채 2000억원을 민평평균보다 3.3bp 낮은 0.93%에 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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