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정규(43)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2018년 10월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디무두 누완(29)씨가 저유소 근처에서 날린 풍등의 불씨가 건초로, 그 다음에는 저유탱크에서 흘러나온 유증기로 옮겨 붙은 게 화근이었다.
최 변호사는 디무두 누완씨의 변호인이다. 그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이주노동자 디무두 누완씨를 강압 수사했다며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을 해당 경찰의 동의 없이 KBS에 제보했다.
KBS는 지난해 5월 해당 영상을 보도하면서 해당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를 변조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녹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당 수사관이 반복적으로 ‘거짓말하지 마라’며 자백을 강요하는 등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압수사 사실이 드러난 것은 최 변호사의 적극적인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영상을 인권위와 KBS에 제보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혔을 일이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해당 수사관의 고소였다. 그는 “사건 수사에 관한 내용은 물론 이름과 음성, 얼굴 등을 알아 볼 수 있는 개인정보가 저장된 영상을 타인에게 제공했다”며 지난 4월 최변호사와 관련 보도를 한 KBS 기자를 고소했다. 수사 끝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KBS 기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모자이크 처리되고 변조된 목소리의 영상을 제출한다면 언론사에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영상을 제보한 것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공익을 위한 제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을 녹화하는 것은 이번 신문처럼 인권 침해적인 강압 수사 여부를 모니터링 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외부에 알릴 때 해당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라며 “개인정보라고 하더라도 보호를 위한 모자이크나 목소리 변조는 언론사가 보도할 때 책임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찰을 규탄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이찬희 회장)는 9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인에 대한 불법적인 탄압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우리 사회의 풀뿌리 감시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사기관의 폭거에 해당한다. 수사 절차상의 문제점을 정당하게 지적한 변호인에게 보복성 수사를 하는 경찰이,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권한을 남용할지 짐작조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강압수사를 자행하고, 특히 이를 지적하는 변호인까지 억압하는 경찰이 인권 경찰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다 ”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10일 성명을 내고 “강압수사 알린 변호사에 대한 보복을 중단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과 관련 변호인이 제기하는 경찰의 강압 수사 및 인권침해 주장도 조사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등을 확인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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