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보니 국토부가 현장 관계자로부터 건의받아 작성했다던 개선 과제들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관리하는 주체조차 없는 상태였다. 건설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자는 311명(사고 254명·질병 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광업 241명(-0.4%)과 제조업 227명(-14.3%), 기타 214명(-4.5%), 운수창고·통신업 84명(7.7%) 등 전 산업군 중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건설현장 사망자는 이번 정부가 들어선 2017년(579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와 노동계는 실질적으로 정부 정책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토부가 사망사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떨어짐(전체 사고 중 37.9%)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시스템 비계 설치비 융자 사업'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추락사고가 잦은 20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 '강관 비계' 대신 안전한 일체형 발판인 '시스템 비계' 보급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이미 타 부처에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시스템 비계 설치비용의 최대 65%까지 현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52억원을 편성했고, 올해에는 544억원까지 예산을 늘려 총 6000개 현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즉, 현금 지원비가 나오는 기존 사업이 버젓이 있는데도 빚을 져야 하는 융자제도를 '획기적인 대책'으로 발표한 셈이다. 지난 1년 6개월간의 실적도 200건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하는 이유는 국토부에서 "실적이 그리 많지 않다"면서도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9월까지 6개월간의 실적은 60건에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융자 지원을 받으면 고용부에서 현금 지원을 못 받도록 제도가 설계돼 사실 융자를 선택할 만한 사업장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B과 관계자는 "그럴 리가 없다"며 "건설안전 혁신방안은 A과에서 총괄한 사안이라 B과에서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현장 관계자로부터 건의받아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고, 홍보한 이후에 실제로 이행되는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사고 책임 주체를 발주사와 시공사 CEO까지 확대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지난 11일) 발의됐다"며 "앞으로 사망자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안전특별법이 통과하더라도 결국 지금처럼 현장소장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커 현장은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처벌 중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장에 도움이 되는 대책을 세우고 실천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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