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은 4만6741명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만명대를 유지했지만 14일부터 4만명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되었지만, 여전히 극장은 썰렁하다.
지난달 26일 정식 개봉한 영화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한 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영화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로 하이스트 무비에 스파이 액션이 더한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 '인셉션' '덩케르크' 등으로 국내 단단한 팬층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지만 코로나19를 이겨내진 못했다. 개봉 첫날인 지난달 26일 17만명을 동원했던 '테넷'은 개봉 4주째 관객수가 2만명대로 떨어졌다. 16일에는 2만1629명을 동원했다. 전작인 '덩케르크'(2017)는 개봉 첫날 22만4242명을 모았고 총 누적관객수는 279만2705명을 기록했던바. '테넷'은 한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총 누적관객수 139만6712명으로 가까스로 130만을 넘겼다.
9월 극장가가 썰렁한 건 기대작으로 불렸던 디즈니 신작 '뉴 뮤턴트' '뮬란'이 제힘을 못쓰고 있어서다.
어렵사리 9월 10일 개봉한 '뉴 뮤턴트'는 10대 돌연변이들과 그들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하지만 팬들이 기대했던 '엑스맨' 시리즈와는 거리감이 있었는지 개봉일 이후 관객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개봉 첫날 1만4210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진출했지만, 점점 관객수가 줄어 일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5위까지 떨어졌다. 누적관객수는 5만8241명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뮬란'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지난 3월 개봉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벌써 네 차례나 개봉을 미뤘다. 북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지 않아 지난 4일 자사 OTT인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했다.
영화 개봉 전후로 '뮬란'은 온갖 잡음에 시달렸다. 주연 배우 유역비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 홍콩 시위대를 탄압하는 경찰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홍콩·대만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의 범죄자 송환법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상황.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과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유역비는 '뮬란'이 될 자격이 없다"며 많은 이들이 영화 '뮬란'을 거부했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유역비 분)이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입대,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998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22년 만에 실사화해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던 상황. 순식간에 영화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
이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이 공개되었지만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디즈니가 엔딩크레딧을 통해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 등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게 문제가 됐다.
이 외에도 해외 언론에서 영화를 혹평해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도 떨어졌다. 국내에서 '뉴 뮤턴트' '뮬란'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시사회 없이 곧바로 개봉일에 영화를 공개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개봉 첫날 예매율은 27.3%로 '테넷'(28.1%)보다도 못한 성적을 거뒀다. 영화를 예매한 관객수는 1만4080명이다.
뜻밖에 좋은 성적을 내는 작품도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가 그 주인공이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 성형괴담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제작 기간에만 6년을 투입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제44회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 초청에 이어 제26회 프랑스에뜨랑국제영화제, 제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페스티벌, 제23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테넷' '뉴 뮤턴트' '뮬란'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세 편이나 개봉한 상태지만 기기괴괴 성형수는 꿋꿋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는 중. 개봉 첫날(9일) 8042명으로 시작해 연일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관객수는 5만6019명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 '디바' '국제수사' '검객' '돌멩이' 등이 개봉을 기다린다. 신작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가운데 유난히 썰렁했던 9월 극장가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화계가 '뉴 뮤턴트' '뮬란'에 거는 기대는 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되며 예정되어 있던 영화 일정이 줄줄이 무산돼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었다. 영화 '국제수사' '담보' '돌멩이' 등이 차례로 개봉을 미뤘고 한동안 극장가는 신작 부재로 몸살을 앓았다. 이 가운데 디즈니 영화 '뉴 뮤턴트' '뮬란'이 9월 개봉 소식을 전해 극장이 다시 활기를 찾지 않을까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다.
영화 '뉴 뮤턴트'는 통제할 수 없는 능력으로 비밀 시설에 수용된 10대 돌연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며 끔찍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82년 마블 코믹스에서 처음 다뤄졌다.
20세기폭스필름이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2017년 촬영을 마치고 2018년 개봉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후작업 등을 이유로 2020년까지 개봉이 미뤄져 '뉴 뮤턴트' 팬들도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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