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매물로 나온 악사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는 교보생명이 지난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매각한 지 13년 만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높은 매각 가격과 재무적 투자자(FI) 분쟁 등은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계 금융보험그룹인 악사(AXA.S.A)와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는 지난 18일 한국 악사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서 교보생명이 단독으로 입찰했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에 성공하면 13년 만에 재인수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001년 악사손보의 모태인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했다. 이후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국내 시장에 최초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교보생명은 이후 2007년 프랑스 악사에 교보자동차보험을 약 1000억원에 매각했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하는 데는 비대면 채널 강화 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수하면 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 디지털보험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있다. 이 경우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함께 생명·손해보험 업권의 비대면 전용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에는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FI와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높은 매각 가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악사손보의 적정 매각 가격으로 2000억원에 달할 것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M&A 거래가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약 0.7~0.8배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악사손보의 순자산은 2351억원이다. 이는 교보생명이 13년 전 매각할 당시 금액인 1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높은 매각가격에 당초 인수를 희망했던 사모펀드와 신한금융지주, 카카오페이 등도 막판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FI 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신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한 FI 측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제기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신 회장측과 FI와의 풋옵션 가격 격차는 8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캐롯손해보험의 약진과 하나손해보험 출범 등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이미 교보라이프를 보유한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생·손보 모두 디지털 채널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FI와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교보생명이 높은 매각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