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닮은 듯 사뭇 다른 南·北의 개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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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10-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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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에겐 단군신화도 '기-승-전-수령님'이었다

"저 땅굴..아니 동굴에 들어가서 쑥과 마늘만 먹어라"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개천절의 유래인 단군신화는 환인과 그 아들 환웅, 그리고 환웅의 아들인 단군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가계를 다루고 있다. 환웅이 아버지 환인의 도움과 허락을 얻어서 하늘에서 태백산으로 내려오고, 인간 세상을 다스리던 중 곰과 호랑이가 찾아와 사람이 되기를 청원한다. 환웅은 그들에게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티라고 명하였으며, 호랑이는 이를 견디지 못해 도중에 동굴을 떠나지만 끝까지 버틴 곰은 인간 여자(웅녀)로 변신,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단군신화는 북한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단군신화의 주된 내용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둘 다 고려 후기에 서술된 역사서인 '삼국유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웅이 내려오신 '진짜 태백산'은 여기야!
 

"웜메? 이 산이 아닌가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남한과 북한의 단군신화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태백산의 위치'에 대한 내용이다.

남한에서는 태백산을 백두산이라고 보는 반면, 북한에서는 태백산을 '묘향산'이라고 보고 있다. 묘향산은 평안북도 영변군과 희천군, 평안남도 덕천군에 걸쳐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손꼽히는 한반도의 5대 명산 중 하나다. 묘향산은 비교적 평양과 가까이 위치해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는 백두혈통 김씨와 평양의 역사적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인위적 설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고조선의 수도는 평양이다?

이곳이 고조선의 수도였다니...! 북뽕에 취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북한이 정권 수립 이후로 단군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백두혈통 김씨 이상의 존엄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이다. 이 때문에 단군 신화조차도 그저 '고조선이라는 옛 나라의 건국 신화' 정도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북한이 어느 날 돌연 고조선의 수도가 평양이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1998년 발간한 '단군설화집'은 일종의 역사서 개념으로 단군신화를 전하며 이를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한은 단군을 신화적 인물에서 역사적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단군설화집은 단군의 무덤이 평양에 있다고 주장,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는 혈연적 동질성을 내세워 '우리 민족끼리', '단군조선', '민족대단결' 등의 구호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북한이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고조선-고구려-고려-조선-북한으로 이어지는 한민족 역사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군의 신화조차도 김일성의 업적으로 우상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셈이다.
 
10월 3일은 남조선만 쉬는 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한은 개천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지만, 북한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행사는 남한 못지않게 성대하다. 단군릉이 완공되고 난 후인 1995년부터 '단군제'를 거행하다가 1997년부터 공식적으로 개천절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행사에선 각종 악기 연주와 민족음악 무용, 민속놀이 등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다.
 
단군 아래 하나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2012년 10월 3일, 평양 강동군 단군릉 앞에서 개천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남북한의 종교단체가 남북관계 회복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남북은 2002년, 2003년, 2005년, 2014년에 단군릉에서 공동으로 개천절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에는 남한의 개천절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와 북한의 단군민족통일협의회가 함께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공동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판문점선언의 기류에 따라 '10·4 선언 기념행사'와 함께 개천절 기념행사도 예정되었으나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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