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북 청송에 사는 A씨(77세)는 자신의 딸한테서 “제가 아버지를 평생 모시겠다”며 “집을 사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전 재산인 약 1억원을 딸한테 증여했다. A씨의 딸은 그 돈을 받자마자 A씨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분노한 A씨는 법원에 자신의 딸을 상대로 1억원 반환 청구소송을 냈지만 담당 재판부는 오히려 “이미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딸의 손을 들어주었다.
민법 제556조 제1항은 수증자(재산을 받는 사람)가 증여자(재산을 주는 사람)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양하지 아니한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제558조에서 증여계약을 해제하기 전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에 따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하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수증자에게 주었다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담당 재판부는 위 민법 규정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89세)도 자신의 아들한테서 “아버지가 지내시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 쓰겠다”며 “대신 아버지의 건물을 저한테 넘겨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아들한테서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효도각서’를 받은 후 아들에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B씨의 아들은 건물을 넘겨받은 뒤 돌변했고, B씨는 법원에 아들을 상대로 건물 소유권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 등 재산을 증여하거나 양도할 때 부동산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서 물려주는 것을 부담부 증여(민법 제561조)라고 한다. 대법원은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는 부담의무가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부모 봉양을 조건으로 건물을 아들에게 주었는데 아들이 약속과 달리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담당재판부는 “부담부 증여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도 그 주장과 입증은 재산을 준 B씨가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아들이 B씨에게 넘겨준 효도각서에는 B씨가 원하는 부양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며 B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효도각서를 작성할 때 부양의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를 비롯해 증여 재산의 목록과 금액, 계약 해제 요건과 반환 조항 등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 넣지 않아 부담부 증여계약 해제 사유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결국 B씨는 아들로부터 건물을 돌려받지 못했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선 위와 같은 판결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주었지만, 그 후 자식이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부모가 자식한테서 그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입법을 통해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우선 독일의 경우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게 심각한 배은행위를 저질렀다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독일 민법 제530조). 프랑스 역시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생명에 위해를 한 경우, 학대하거나 모욕을 한 경우,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에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프랑스 민법 제953조). 또 오스트리아 민법 제948조는 신체·명예·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가해 등 중대한 망은행위에 대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들 나라는 공통적으로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경우 수증자에게 증여자로부터 받은 증여자의 재산을 반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556조에도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망은 행위를 한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같은 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결과 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재산을 증여한 이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을뿐더러 학대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일명 ‘불효자방지법(민법 개정안)’을 지난 1일 대표발의했다.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부모 재산을 넘겨받은 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해외 선진국처럼 증여를 해제한 다음 자식에게 넘겨 준 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또한 이 법안은 수증자가 약속과 달리 증여자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 증여자를 학대하거나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에 수증자를 대상으로 부양의무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당시 민병두 의원이 이번 개정안과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고, 자칫 부모·자식간 소송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가 부모학대 등 폐륜행위가 더욱 음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자식에게 아낌없이 정성을 쏟아 키운 후, 부모를 부양한다는 조건으로 자녀들에게 재산을 주었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외면해 생계가 매우 곤란한 어르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불효자방지법'을 통해 재산 상속에 대한 근본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556조 제1항은 수증자(재산을 받는 사람)가 증여자(재산을 주는 사람)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양하지 아니한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제558조에서 증여계약을 해제하기 전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에 따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하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수증자에게 주었다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담당 재판부는 위 민법 규정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89세)도 자신의 아들한테서 “아버지가 지내시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 쓰겠다”며 “대신 아버지의 건물을 저한테 넘겨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아들한테서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효도각서’를 받은 후 아들에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B씨의 아들은 건물을 넘겨받은 뒤 돌변했고, B씨는 법원에 아들을 상대로 건물 소유권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 등 재산을 증여하거나 양도할 때 부동산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서 물려주는 것을 부담부 증여(민법 제561조)라고 한다. 대법원은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는 부담의무가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부모 봉양을 조건으로 건물을 아들에게 주었는데 아들이 약속과 달리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담당재판부는 “부담부 증여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도 그 주장과 입증은 재산을 준 B씨가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아들이 B씨에게 넘겨준 효도각서에는 B씨가 원하는 부양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며 B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효도각서를 작성할 때 부양의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를 비롯해 증여 재산의 목록과 금액, 계약 해제 요건과 반환 조항 등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 넣지 않아 부담부 증여계약 해제 사유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결국 B씨는 아들로부터 건물을 돌려받지 못했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선 위와 같은 판결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주었지만, 그 후 자식이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부모가 자식한테서 그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입법을 통해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우선 독일의 경우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게 심각한 배은행위를 저질렀다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독일 민법 제530조). 프랑스 역시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생명에 위해를 한 경우, 학대하거나 모욕을 한 경우,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에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프랑스 민법 제953조). 또 오스트리아 민법 제948조는 신체·명예·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가해 등 중대한 망은행위에 대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들 나라는 공통적으로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경우 수증자에게 증여자로부터 받은 증여자의 재산을 반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556조에도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망은 행위를 한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같은 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결과 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재산을 증여한 이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을뿐더러 학대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일명 ‘불효자방지법(민법 개정안)’을 지난 1일 대표발의했다.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부모 재산을 넘겨받은 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해외 선진국처럼 증여를 해제한 다음 자식에게 넘겨 준 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또한 이 법안은 수증자가 약속과 달리 증여자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 증여자를 학대하거나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에 수증자를 대상으로 부양의무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당시 민병두 의원이 이번 개정안과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고, 자칫 부모·자식간 소송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가 부모학대 등 폐륜행위가 더욱 음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자식에게 아낌없이 정성을 쏟아 키운 후, 부모를 부양한다는 조건으로 자녀들에게 재산을 주었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외면해 생계가 매우 곤란한 어르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불효자방지법'을 통해 재산 상속에 대한 근본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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