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성명에 기본적으로 포함됐던 용어가 빠졌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다. △양국이 정책적 변화에 합의했거나 △용어를 빼자고 한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의지가 분명하거나 혹은 △미국이 다른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합의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스퍼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 정책 의지를 대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과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초 예정됐던 서욱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SCM 공동발표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됐다. 에스퍼 장관의 결정이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며 "현재 양국 간 시각차와 온도차가 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인식은 180도 다르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에 이견이 있어서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답변했다.
이견(異見)은 '어떠한 의견에 대한 다른 의견 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뜻한다.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에스퍼 장관의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 삭제를 서욱 장관이 이견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는 의미다. 에스퍼 장관의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에 서욱 장관이 의견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SCM 준비단이 급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식 발령도 안 난 박철균 예비역 육군 준장이 SCM 준비단장으로 한시적으로 임명되는가 하면, △주무국장인 국제정책관은 국방부에 온 지 열흘도 안 돼 아무런 준비 없이 SCM을 위해 방미(訪美)했다는 문제 제기였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욱 장관이 임명된 후 첫 진두지휘한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한·미간 전작권 전환 온도차 등 우려만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구 사항만 잔뜩 경청하고 온 SCM이 됐다'는 평가만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견이 아니다'는 상식과 동떨어진 인식에 머무는 모양새다.
서욱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공중급유기(KC-330)를 이용해 방미했다. 민항기 이용 시 방미 직후 2주, 귀국 후 2주 총 4주에 달하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지휘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의 기자회견 취소로 정작 서욱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같은 단상에 서지도 못했다. '사상 최악의 SCM'이란 평가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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