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은 인터넷 시대에서 개인 유전체 시대로 배턴 터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으로 어느 콘텐츠를 구매하고, 지인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는 수준을 넘어선다. 내 유전자(DNA) 하나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일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이민섭·신상철 EDGC 공동대표는 유전체 분석 기술 강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생각에서다.
2000년대 세계는 인터넷이 산업의 주축이었다. 한국 역시 인터넷, 정보통신, 모바일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유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오르며 유럽, 북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입지를 넓혀갔다. 이민섭 EDGC 공동대표가 한미합작법인 EDGC를 만들었던 2013년만 해도 한국의 유전체 분석기술을 주목하는 기업은 극히 적었다.
“유전자 분석과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요즘에 저희가 보유한 유전체 분석기술, 유전체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의 의료데이터까지 종합을 해서 궁극적으로는 정밀의학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대표가 지난 21일 EDGC 송도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밝힌 말이다. 유전체 기술 강국인 미국에서 관련 사업으로 순항하다가 국내로까지 사업 전선을 확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이 공동대표의 한국 진출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삼성증권에 근무하던 신 공동대표의 설득과 권유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게놈학, 분자진단 의학 전문가인 이 공동대표의 한국시장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터넷 시대 잇는 개인 유전체 시대 다가온다”
이 공동대표는 “유전체 기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부터 시작해서 진단, 치료, 신약개발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위기가 되레 EDGC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활성화된 화상회의, IPTV(인터넷TV) 플랫폼이 인터넷 생태계에서 이뤄졌고, 그 다음 단계로 유전체 분석 생태계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 전자상거래 아마존,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구글 등이 인터넷이라는 생태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앞으로 유전체를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헬스케어 의료산업 등이 유전체 분석 생태계에서 만들어지고,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유전체 기술은 어떠한 시대를 만들어 갈까. 이 공동대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페이스북보다 큰 사회 관계도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후(YouWho) 사업을 할 때 아무도 긍정적인 평가는 없었다. 우리마저 정부당국에 허가 신청을 할 때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기술력과 분석력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혈통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스북의 가치는 30억명 이상의 관계도를 갖고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광고를 하고 있다”면서 “혈통 분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집안의 성향이나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페이스북의 좋아요 100개를 분석하면 내 배우자보다 페이스북이 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유전자 분석은 이를 좀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관계도를 만들고 분석하는 것이 유후라는 유전자 검사”라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국내 카카오를 빗대 유전체 시대를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는 메신저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사업으로 뻗어 나갔다”면서 “EDGC 역시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 산업을 제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개인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음악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서비스의 성공 유무를 떠나서 이 같은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유전자를 기반으로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이것이 유전자 산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분석 시장에서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는 곳이 EDGC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업계 최초 일반공모 CB 발행…“600억원 유전체 분석 역량 강화에 투입”
지난달 EDGC는 바이오업계 최초로 일반공모 CB발행(600억원 규모)을 결정했다. 채권 형태로 보유 시 원금과 이자수익이 보호되며, 발행 후 1개월부터는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본업인 유전체 분석 대신 건강기능 식품 등으로 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유전체 분석으로는 흑자를 기록하기 어려우니 건기식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이를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건기식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는 지금까지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해왔고,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CB발행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액체 생검,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 등을 확보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관련 인력 충원과 시설 확장 등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전체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EDGC의 목표”라면서 “유전체 자체 산업의 생태계를 더 넓혀 가는 것으로, 사업 확장이 본업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인터넷 자체를 본업으로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면서 “인터넷이라는 기반 기술을 통해 IPTV, 포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 또한 인터넷이라는 기본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안되는 것이다. EDGC 역시 유전자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생태계를 넑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체생검’은 EDGC의 신(新)성장동력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NGS) 기반 암 진단 기술은 오는 2035년이면 750억 달러(약 84조6300억원) 시장이 예상된다. 액체생검 조기 암 스크리닝 기술은 유전체 분석 기술 가운데 최고 난이도로 꼽힌다. 고도의 유전체 해독 기술과 특화된 인공지능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EDGC가 액체생검 기술에 가장 앞서있다. 이 공동대표는 “암은 조기진단이 가능해지면 70%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면서 “50가지 이상의 앞 검진을 한 번의 혈액 검사로 할 수 있으며, 암 진단과 친료에 65% 이상의 비용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액체생검 스크리닝 기술의 핵심은 개인 유전체 게놈 분석과 후성 유전체인 에피게놈의 종합적인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EDGC의 스크리닝 검사는 게놈 30억쌍과 234만개의 후성 유전체의 종합적인 패턴을 환자별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통해 분석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한 패턴 인식 알고리즘 개발은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NGS 액체생검 기술은 기존의 진단을 대체하는 것보다는 정밀의학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EDGC는 유전자혈통분석 유후서비스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렸고, 관계사인 솔젠트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통해 글로벌에서 속도와 기술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제 EDGC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한 정밀의학의 실현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외에선 유전체 분석 기술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이 공동대표는 “과거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상상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유전체를 기반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폭 넓은 데이터 베이스를 쌓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부터 산업을 시작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시대에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