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미룬다는 내용을 담은 3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TC는 오는 12월 10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LG화학은 ITC의 최종 판결 연기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사안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SK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ITC의 최종 판결을 두고 업계에서는 4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결론은 ‘초장기전’이다.
우선 ITC 최종 판결인 단순 연기된 경우다. ITC가 지난 4월 조기판결을 그대로 확정해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고 배터리 셀과 모듈·팩·관련 부품 등에 대한 미국 수출이 전면 금지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연방법원에 항소를 해도 최소 1년인 항소 기간 중에도 수입 금지 조치는 계속되기 때문에 타격을 피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이 필사적으로 패소를 막으려는 이유다.
소송이 초장기전으로 가는 시나리오는 세가지다. 첫 번째는 SK이노베이션 패소 이후의 전개다.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당선되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받을 악영향을 이유로 ITC 최종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소송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넘어간다.
설송이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지원센터 차장은 “국제 문제가 아닌 기업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 모두 일자리 공약을 0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 설립과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고려할 때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두 번째는 ITC가 조기 판결을 인정하지만 자국 경제를 고려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유예해 주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유예 기간을 정하기 위한 사전 청취 기간과 수입 금지 판결을 뒤집기 위한 SK이노베이션의 항소가 있을 것을 고려하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ITC가 조기판결에 대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ITC는 지난 4월 조기 판결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전면(in its entirety) 재검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ITC에서 수정 지시가 나오면 소송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고 최종 판결이 미뤄지지 않고 나와도 6개월 이상 걸린다. 하지만 이 경우도 추가 공청회와 결정 연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화학 입장에서 이 시나리오는 기업 신뢰도까지 잃는 최악의 경우가 된다.
한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는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국내 법원에서도 1심만 4년 이상이 걸리는 사례도 많다”며 “국내 법원이 세계적으로도 빠른 판결로 유명하다는 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얽힌 소송이 다수인 점 등을 생각하면 1년 내에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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