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아버지 이병철 능가한 고인···수원 가족 선영에서 영면"(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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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장은영 기자
입력 2020-10-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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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동창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 영결식서 고인 회고

  • 이수빈 삼성 고문, 약력 소개 중 '영면에 드셨다' 목메어

28일 엄수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는 고인이 선친인 이병철 선대회장을 능가해 '승어부(勝於父)'를 이뤘다는 내용의 추도사가 낭독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고인의 고교동창이자 오랜 친구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고인이 '승어부'를 이뤘다며 애도를 표했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의미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 김 전 회장은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는 추모의 말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을 일궈낸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어린 시절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김 전 회장은 고인의 비범함과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다수 언급했다. 이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에 전축, 라디오, TV 등을 가져다 놓고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했다는 일화와 반도체 산업 진출을 이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재조명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고인을 회고하기 앞서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은 약력 보고를 진행했다. 그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상영된 추모 영상은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 전까지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던 이 회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날 이 회장의 영결식은 오전 7시30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지하강당에서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조카인 정용진 부회장, 아울러 이 부회장과 사촌지간이면서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외조카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도 참석했다. 아울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고인이나 유족들과 인연이 깊은 일부 재계 총수들도 동석했다.

이날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이부진 사장은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앞서 영결식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는 휘청이는 이부진 사장의 한쪽 팔을 홍 여사가 잠시 부축하기도 했다.
 
28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에 참석한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임원들. (사진 왼쪽부터)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종왕 삼성전자 고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최재경 삼성전자 고문,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발인에는 이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함께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오전 8시50분께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생전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돌며 임직원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등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돌았다.

2014년 5월 이곳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6년5개월 만의 '귀가'였다. 승지원은 이 선대회장의 집을 개조해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생전 이 회장이 집무실로 많이 이용한 곳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후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통칭 화성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이곳에서 고인은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나온 임직원들의 작별 인사를 받았다.

평택캠퍼스에 앞서 준공된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본산지다. 지난 1983년 이 선대회장과 함께 이 회장이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 준공식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사업장을 뒤로 한 이 회장은 마지막 종착지인 수원 가족 선영에서 영면했다. 수원 가족 선영은 이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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