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결식에서 고인의 고교동창이자 오랜 친구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고인이 '승어부'를 이뤘다며 애도를 표했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의미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 김 전 회장은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는 추모의 말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을 일궈낸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김 전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고인을 회고하기 앞서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은 약력 보고를 진행했다. 그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상영된 추모 영상은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 전까지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던 이 회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날 이 회장의 영결식은 오전 7시30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지하강당에서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이날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이부진 사장은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앞서 영결식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는 휘청이는 이부진 사장의 한쪽 팔을 홍 여사가 잠시 부축하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오전 8시50분께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생전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돌며 임직원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등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돌았다.
2014년 5월 이곳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6년5개월 만의 '귀가'였다. 승지원은 이 선대회장의 집을 개조해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생전 이 회장이 집무실로 많이 이용한 곳이다.
평택캠퍼스에 앞서 준공된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본산지다. 지난 1983년 이 선대회장과 함께 이 회장이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 준공식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사업장을 뒤로 한 이 회장은 마지막 종착지인 수원 가족 선영에서 영면했다. 수원 가족 선영은 이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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