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명예스러운 마지막 여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에서 약 34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로부터 163억원가량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전직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승만은 8.15 광복 직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3.15 부정선거와 4.19 민주화운동 탄압 등의 여파로 1960년 자진 하야한 뒤 하와이로 망명했다. 이승만은 귀국하지 못하고 하와이에서 서거했다.
이승만 정권 붕괴 이후 대통령에 선출된 윤보선은 군부세력을 장악하고 있던 박정희의 5·16군사정변으로 인해 대통령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962년 강제 사임했다.
5.16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3선 개헌을 통해 18년 간 장기집권하며 막강한 권력을 누렸지만 1979년 10월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저격으로 서거했다.
박정희 대통령 피살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최규하는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 세력이 주도한 '12.12사태'로 인해 1980년 8월 대통령에 당선된 지 8개월여 만에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전두환은 1988년 대통령 퇴임 후 12·12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의 혐의로 1995년 구속수감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실제 수감 생활은 2년에 불과하다. 전두환은 자서전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최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두환의 뒤를 이어 군부세력을 장악한 노태우는 1997년 4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전두환과 함께 사면받았다.
김영삼은 하나회 척결에 앞장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정권 말기 대기업들의 연쇄적 부도 사태와 차남 김현철의 국정 개입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IMF이라는 초유의 경제난을 맞이하며 국민적 비판 속에서 임기를 마감했다.
김대중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며 개인의 정치적 인생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세 아들이 모두 정치적 비리에 연루되는 이른바 '3홍 게이트' 논란에 휘말리며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박정희의 장녀인 박근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2016년 12월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고 추징금 35억원을 명령받았다.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는 15년, 나머지 혐의는 5년의 징역형이 선고돼 전체 형량은 징역 20년이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도 원심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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