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바이오사업 '정조준'…'선택'과 '집중' 3사3색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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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룡 기자
입력 2020-11-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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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사업 전략…삼성전자 벤치마킹

  • SK·LG, 중추신경계·항암 등 'unmet needs' 신약 공략

[김태한 대표가 2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CDO R&D 센터 소개 영상에서 회사의 사업 성과와 비전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데일리동방] 바이오산업은 미래차,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는 '3대 신산업'으로 꼽힌다.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제약 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LG화학이 그 주인공이다.

3사는 같은 바이오·제약 산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지향점은 다르다. 바이오·제약 종류가 워낙 다양한 특징도 있지만 태생과 성장 과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각 사는 자사의 강점을 살린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 3개 그룹 계열사가 동일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위탁사업' 공략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자 성공모델 벤치마킹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사업'을 중심으로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외형을 키워나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수주해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2011년 CMO 사업에 진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여년 만에 글로벌 생산능력 1위(36만4000ℓ)로 올라섰다. 이후 2018년 위탁개발(CDO) 사업에 진출했고,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 연구센터를 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에 모여있는 2500여개 생명과학업체들과 위탁개발을 모색,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CMO 사업으로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같은 위탁 중심 사업구조를 선택한 배경은 뒤늦게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였다는 게 주효했다. 신약 개발이 통상적으로 15~20년가량 소요되기에 2011년에서야 바이오·제약 산업에 뛰어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사업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위탁사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사례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비즈니스모델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반도체 시장도 20년 전에는 전자업체들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는 구조였지만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며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5년에는 더 싼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위탁생산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CDO를 넘어 위탁연구(CRO)로 비즈니스모델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위탁사업과 관련해 '연구(CRO)-개발(CDO)-생산(CMO)'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고객 만족도 높은 CRO·CDO·CMO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SK바이오팜, 중추신경계 신약 연구 주력···화학사업이 기반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중심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승인받고 올해 5월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또한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은 올해 1월 유럽에서 신약 판매 허가를 받고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은 내년까지 프랑스와 영국에 솔리암페톨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SK그룹이 1993년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착수한 신약 연구개발 사업은 그룹 내 화학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 유공이라는 종합화학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SK그룹은 정밀화학(Fine Chemical)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했다. 정밀화학과 근접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제약산업을 선택해 신약 개발 사업이 태동하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약 개발 조직을 꾸준히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지원했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FDA 승인율도 낮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지만, 아직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은 분야가 많아 치료제 수요가 높다고 판단했다. 암·성인병 등 대중적인 질환의 경우 치료법 등이 잘 알려진 상황이라 후발주자로서 거대 제약회사와의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CNS 영역의 질환은 블록버스터급 신약도 많지 않아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이른바 '전략적 타깃 질환영역 선정'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7월 코스피 상장과 동시에 3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올해 2건(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의 신약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수익창출 구간에 들어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 SK바이오팜은 IPO로 투자자금 확보 등 추후 신약 개발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상업화 성과를 시작으로 신약 개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을 보유한 글로벌 종합 제약사(FIPCO)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제공]

◇LG화학, 항암·면역 신약개발 '박차'···시장 유망성에 초점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은 '당뇨 및 연계질환'과 '면역·항암' 분야를 신약 타깃 질환으로 선정하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당뇨·연계질환 분야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개발 경험과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제미글로는 LG화학이 보유한 두 가지 신약(펙티브·제미글로) 중 하나로, 연 매출 1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며 생명과학부문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LG화학은 기보유한 강점을 살려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면역·항암 분야에서는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국내외의 다양한 업체들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이 항암·면역 분야에 주력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시장성이 확보되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시장으로 보고 있어서다. 가장 유망한 분야이면서 2025~2030년께 신약이 출시돼도 여전히 시장성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바이오팜이 '대중적'이라며 부담을 느낀 것과 반대되는 전략적 판단이다.

다만 장기 레이스인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데, 생명과학 부문의 전신인 LG생명과학은 이 같은 자금 마련에 한계가 있어 온전히 신약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LG그룹은 LG생명과학을 2017년 LG화학으로 흡수합병하면서 본격적인 투자지원과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은 신약 과제로 40여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후보 약물'이라고 선언하는 개발 과제만 15개에 달한다. 주로 당뇨와 항암, 면역 분야에 집중돼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존 생명과학사업이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사업전략도 항암, 면역, 대사질환 치료제 등 신약 개발 중심으로 수정됐다"며 "사업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고, 이를 토대로 바이오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에 이은 LG화학의 차세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LG그룹 주요 바이오·제약 계열사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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