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는 다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비너 차이퉁(Wiener Zeitung)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을 배우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둔 하나의 좋은 사례"라며 K-방역의 성과를 집중 조명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 한국의 방역 모델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월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류와 K-방역을 등에 업은 대한민국의 파고(K-WAVE)가 전 세계에 거세게 밀려들 기세다.
본지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K-WAVE가 온다'를 기획했다. K-방역·백신과 K-디지털·그린뉴딜, K-에듀테크(비대면), K-에너지, K-콘텐츠(게임·웹툰), K-컬처(BTS) 등을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매년 우리나라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온 김 교수는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1'을 출간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염두에 두고 바이러스(Virus)의 첫 영문자 'V'와 'Economics(경제)'를 합쳐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뜻의 '브이노믹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를 대비해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K-방역 조치를 더 강화하되 자영업, 음식점 영업 제한 등은 풀어 서민 경제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가 꼽은 브이노믹스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란 단어를 총 43차례, 방역을 23차례 언급했다. 내년 국정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회복과 함께 확산세 차단을 위한 방역에 주력할 것이라는 그의 심중이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코로나의 충격을 만회하고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역 모범국가에 이어 경제 모범국가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들어 내수와 수출이 반짝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나온 발언이긴 하지만 일시적 경제지표에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 세계가 다시 봉쇄조치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 대선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2.8%, 국제통화기금(IMF) 2.9% 등 국내외 기관 모두 2%대 후반을 예상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도 2.9%를 전망했지만 "올겨울 코로나19 확산이 제한된 범위 내에 통제되고, 내년 하반기 백신 개발 및 보급이 이뤄진다"는 전제를 달았다.
결국 내년 국내 경제 회복 여부는 김 교수의 예측대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즉 '브이노믹스'에 달려 있는 셈이다. 장기화할 코로나19 속에서 우리는 해외가 주목하는 K-방역을 포함한 K-콘텐츠에서 경제 회복의 답을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웹툰 캐릭터가 그려진 방역 마스크를 쓰고 나와 "K-콘텐츠를 대표하는 '신한류' 평가를 받는 웹툰 콘텐츠 업계를 격려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K-방역의 상징인 마스크와 K-콘텐츠를 주도하는 웹툰의 합작품이 수출로 이어진다면 또 하나의 코로나19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박빙이었던 미국 대선도 방역 마스크를 쓴 자와 안 쓴 자의 대결 구도에서 쓴 자가 웃었다. K-방역에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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