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환경 감독과 배우 오달수, 정우,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가 참석했다.
주연 배우 오달수의 기자간담회 참석 여부를 두고 시사회 전부터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018년 2월 오달수가 '미투'로 고발당한 뒤, 2년여 동안 모든 활동을 중단해왔기 때문. 지난해 경찰청이 오달수의 성추행 혐의에 '혐의없음' 내사 종결을 내린 뒤, 연예계 복귀 순서를 밟았다.
오달수의 스크린 복귀작이 된 영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2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2012) 이환경 감독과 제작진이 7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 이후로 7년만에 내놓는 영화가 됐다. 빨리 좋은 영화를 했었어야 하는데 죄송스럽기도 하고 오랜 기다림 속 나온 영화라 긴장도 되고 많이 떨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옆에 계신 오달수 선배님께도 '내 옆에 꼭 계셔 달라'고 몇 번씩이나 부탁드렸다. (오달수도) 힘을 내 나와주셨다"라며 그가 어렵사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음을 알렸다.
오달수는 "영화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3년 전 고생하셨던 배우, 감독,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영화가 개봉하지 못했다면 평생 마음의 짐을 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연예계를 떠나 있는 동안) 영화의 내용처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끼며 지내왔다. 그동안 거제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가족들이 곁에 있어 주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언젠가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기도하며 지냈다. 다행스럽게 개봉 날짜가 정해졌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동료 배우,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정우는 "그간 오달수 선배님이 한국 영화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입장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선배님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면서 반가웠다"라고 인사했다.
1985년을 배경으로 한 '이웃사촌'은 자택 구금당한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자 그가 대선 출마 선언할 것을 우려해 정치적 공작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의 배경과 오달수가 연기한 야당 총재 '의식'의 모습 등을 미루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환경 감독은 "1985년이 배경이고 자택격리라는 점에서 특히 연상 되는 분이 한 분 계시고 나중에 자택 격리된 또 다른 한 분이 계시다. 두 분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그때 그분들은 가족이랑 어떻게 나눌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정치 영화 하는 사람이 아니고 가족영화 만드는 사람이라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검열했다. 초반에 코믹적인 부분을 배가시킨 것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일종의 양해였다"라고 덧붙였다.
오달수는 "(캐릭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을)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많이 듣고 배우고 이해했던 시절이 있어서 오히려 조금도 편견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도 그런 걸 주문하셨다. 개인의 감정이 담긴 연기가 자칫하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자고 생각했다"라고 거들었다.
극 중 정우는 도청팀의 팀장이자 '의식'의 이웃인 '대권'은 연기했다. '의식'을 도청하고 그를 고발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믿던 '대권'은 그와 가까이 지내며 변화하고 내적 성장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인물의 성장과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건 정우의 몫이 컸다.
정우는 "감정의 기복이 크고 감정신이 많아서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욕심이 났다"라며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순간에 배우들과 감독님이 힘이 돼줘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이환경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이웃사촌'이 편안한 웃음이 있는 영화라며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기를 부탁했다.
이 감독은 "'7번방의 선물'처럼 많은 분과 호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팬데믹 시대 속, 답답하고 허탈하며 외로운 관객들이 백신 맞듯 편안하게 볼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달수는 "끝을 못 볼 뻔했던 영화인데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25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