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등 4대그룹이 조만간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위기에 미국 대선,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두고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4대 그룹의 인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LG그룹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한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이번 주까지 마치고, 이달 말 조직개편과 함께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과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최고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작년, 재작년만큼의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부의 관측이다.
업계는 현재 그룹의 실세로 꼽히는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은 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실적이 좋아 교체 명분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LG전자 역시 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권봉석 사장이 성과를 내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지난해 조성진 부회장의 퇴임으로 공석인 LG전자의 부회장 자리를 현 권 사장이 이어받을지도 관심이다.
일부 적자 계열사 대표이사(CEO) 교체나 LG화학의 전지(배터리) 사업부문 분사 등에 따른 인사도 예상된다. 특히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올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대표이사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에너지솔루션의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초 정기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등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인사 시점과 폭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12월 중 결심공판, 내년 초 선고공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의 최대 관건은 3년이 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부문(DS) 부회장과 고동진 무선사업부문(IM)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CE)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의 변화 여부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행 유지가 점쳐지지만, 최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진 만큼, 대대적인 변화를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언제 오를지도 주목된다.
SK그룹은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인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CEO 세미나'를 마친 뒤 임원평가를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가 인사에서도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 가운데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에너지·화학 위원장으로 재선임된 만큼 핵심 계열사의 장수가 교체될 가능성은 낮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해 선임됐고,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 사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중 수시 인사를 실시하는 현대차그룹은 일단 올해 연말에 전무 이하 승진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세대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회장은 최근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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