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은행권의 메기가 될까."
2017년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당시 금융권에서는 '청어와 메기 이론'을 운운하며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청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으로 먼바다에서 잡히는 탓에 운송 과정에서 대부분 죽었다. 살아있는 싱싱한 청어를 먹기 위해서는 죽은 청어보다 몇 배나 비싼 값을 지불해야 했다. 죽은 청어는 항상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싱싱한 청어가 싼값에 제공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운송업자들은 청어가 가득한 운송 수조 속에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었다. 그 결과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헤엄쳐 다닌 청어들이 끝까지 살아남아 영국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신흥 금융 서비스의 '도전'과 기존 시중은행들의 '응전'이 반복된 지난 3년. 이 기간 카카오뱅크는 금융서비스의 질적 경쟁을 초래하는 메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파격적인 보안인증 등의 강점을 내세워 일일 모바일 앱 이용자 수 1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기존 은행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할 기틀을 마련한 상태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용자수 1200만명…국내 은행 중 1위 등극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월간순이용자수(MAU)는 1247만4311명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 전체 가입자가 1326만명임을 고려할 때 가입자의 94%가 매달 한 번 이상 카카오뱅크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국민은행이 모바일 앱 이용자수 1067만명 수준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카오뱅크에게 180만명의 격차로 선두자리를 내어준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27일 케이뱅크에 이은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설립 당시에는 금융과 산업이 분리돼야 한다는 '금산분리법' 때문에 지분의 절반이 넘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설립 당시 주주사는 총 9곳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58%), 카카오(10%), 국민은행(10%), 넷마블(4%), SGI서울보증(4%), 우정사업본부(4%), 이베이(4%), Skyblue(텐센트, 4%), YES24(2%)가 참여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일주일 만에 1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15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이용자들은 복잡한 가입 절차나 이용방법이 없어도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편의성'에 열광했다.
카카오뱅크 앱은 SE(Secure Element)라는 하드웨어 내 안전공간에 이용자의 인증키 값을 저장하고 활용해 공인인증서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은행권에서 활용하던 보안카드가 없고, 패턴 인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대출금리 등 금전적인 측면도 매력 요인으로 손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지점 영업에 드는 비용이 없으므로, 절약한 관리 비용을 금융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혜택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컸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지난해 3월 3.46%에서 5월에는 2.91%로 인하했다. 출범 이후 1년간 한시적으로만 면제했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도 지속해서 연장해 사실상 수수료 면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유상증자‧IPO로 자본 조달…"차별화가 핵심"
카카오뱅크는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에 영업이익 -10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10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을 줄였고 지난해에는 13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90억원에서 3760억원, 6650억원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대규모 자본 확충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0월27일 이사회를 열고 2191만6595주를 새로 발행하며, 글로벌 사모펀드 TPG캐피탈과 구주주에 각각 2500억원과 5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2017년 3000억원에서 세 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약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달 10일에는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EP)를 발송했다. 상장을 통해 더 안정적으로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 IPO는 내년 증권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장외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등하면서, 장외주식을 활용해 산출한 시가총액이 4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는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비상장 주식이 과열된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IPO를 추진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40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는 비상장 시장의 과열에 의한 것으로 8조~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아파트담보대출과 기업금융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성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카카오뱅크가 핵심 무기로 내세웠던 '디지털 금융' 경쟁력도 시중은행들이 빠르게 따라잡는 추세다. 고육책으로 카카오뱅크는 주력상품인 신용대출 부문에서 최저금리를 0.15% 인상하기도 했다. 사실상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이 옅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카오뱅크가 IT기업에서 출발한 만큼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순수하게 금융업의 관점으로 본다면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은행업과 달리 차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수반된다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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