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11번가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한 3000억원은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
17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사 간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측할뿐이지만, 아마존이 11번가에 투자하는 3000억원 규모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또는 전환우선주(CPS) 형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결국 11번가와 아마존 모두 (11번가의) 상장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PS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의미한다. 여기에 '엑시트' 가능성을 감안한 상환권까지 추가된 것이 RCPS다. RCPS는 주로 스타트업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11번가도 앞서 2018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판도가 불확실하다는 상황 등을 감안해 아마존에게 다소 호혜를 주는 방식으로 자금조달 방식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11번가에게 불리한 조달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울 경우를 대신해 여러 조건을 검토하는 것인데, 상장 이후에는 RCPS든 CPS든 똑같은 보통주로 전환되기에 SK텔레콤이나 11번가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결국 투자를 받는 것이 중요한거고, IPO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가치를 높여 성공적인 상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1번가의 월사용자수(MAU)는 865만명으로, 쿠팡(1991만명)과 이베이코리아(901만명)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30조원을 웃돌았다. 전체 유통업태 가운데 온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1.2%를 기록해 편의점(17%), 대형마트(20.2%), 백화점(17.5%)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을 압도했다. 2년 후인 2022년에는 시장규모가 200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마존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윈윈'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투자하는 3000억원을 11번가의 월사용자수 800여만명으로 나눠보면 3만원 수준"이라면서 "불확실한 한국 커머스 시장의 비즈니스 흐름을 파악하고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것 치고는 매우 저렴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과거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체인이 한국 진출에 실패한 사례도 있듯이 국내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아마존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11번가 등 국내 업체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1번가 측은 "아마존이 매입할 지분량과 방식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과의 협력만으로 쿠팡·네이버 등과의 경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이미 해외 직구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11번가에서 제공하는 아마존 직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차별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11번가는 오픈마켓 특성상 아마존의 주요 상품을 직매입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이 '풀필먼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마켓' 중심인 11번가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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