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명암②] 독과점 우려 vs 기업 생존…끊이지 않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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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입력 2020-11-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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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자동차ㆍ대우조선, 경쟁사에 매각해 독과점 논란 촉발

  • 한진해운 실패로 ‘정상+부실기업=성공’ 급선회…항공 빅딜 주목

[표=김성훈기자]

[데일리동방] '산업은행이 독과점을 허용하고 혈세마저 낭비하는 식의 기업 구조조정을 한다'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대표 사례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이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지 약 19년 만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논란은 본계약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가장 크게 불거진 것이 독과점 논란이었다. 한국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시장 점유율은 28.9%다. 여기에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점유율을 더하면 총 71.7%에 달한다. 사실상 현대중공업 독점 시대가 시작됐다.

두산인프라코어(DIC) 매각 건도 독과점 문제에 얽혀있다. 현재 본입찰 유력 후보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중대형 굴착기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점유율 약 20%)과 두산인프라코어(점유율 약 40%)로  점유율이 60%에 이르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된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로 따져도 양사의 점유율 합계는 50%가 넘는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독과점 우려에도 매각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부실기업을 정상기업에 매각하면 성공한다는 나름의 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확신의 시작은 지난 1998년 11월 이뤄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업계에선 인수 전부터 독과점으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인수 후에도 대우자동차 등은 현대·기아차의 상용차 가격 인상을 독과점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1999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결합으로 두 회사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나, 산업합리화나 국제경쟁력 강화의 효과도 있어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대·기아차가 높아진 시장지배력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루면서 산업은행의 매각 결정도 자연히 성공 사례로 꼽히게 됐다.

정상기업으로의 매각에 대한 믿음은 합병 아닌 청산으로 실패를 겪으며 더 강해졌다. 2017년 2월 파산한 한진해운 사례가 바로 그 ‘실패’다.

법정관리 당시 학계와 업계는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산업은행과 정부는 반대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상기업(현대상선)과 부실기업(한진해운)을 섞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가 사실상 부도 기업이었던 기아차를 인수할 때와는 다른 태도였다.

한진해운 파산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7년 이후 한국 해운업의 아시아·미주 시장 점유율은 11%에서 3%대로 떨어졌고, 세계 순위는 2010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큰 성공과 더 큰 실패로 정부와 산업은행은 ‘매각이 답’이라는 확신을 새김과 동시에 더는 ‘독과점 우려’를 구조조정의 큰 걸림돌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결정에도 독과점 논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공정위 판단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이 기업결합심사 대상에 포함됨을 시사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이번 합병 결단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살아나 새로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가 될지, 독과점 폐해·혈세 낭비·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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