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미·중 간 알력 다툼이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경제연합체를 구성하려는 물밑 작업에 여념이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정학적 위치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 관계에서 우리나라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보니, 조건없이 미국에 놔주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을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일본에 이어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미중 갈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왕이 외교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은 작년 12월 이후 1년 정도만이다.
그러나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이 체결돼 중국으로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문제는 시 주석의 방한 이후다.
시 주석이 방한할 때는 선물과 과제를 함께 가져올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국 정부가 서명한 상황에서 한중 수출에 대한 다양한 규제 해제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치료제 개발 이후 중국인의 한국 관광도 대폭 확대하는 등 또다시 유커 특수를 기대해볼 만 하다.
이면에는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조건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에서 표면화되고 있는 현안에서 경쟁 분야에 대한 미국 측 라인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꼽힌다.
한 통상 전문가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경우, 사실 선물보다는 과제가 더 무겁게 다가올 것"이라며 "당장 내수 활성화도 필요한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이 제시할 당근책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전략이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많은 한계가 있다"며 "최근 중국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가입할 의사를 보이는 등 미국에 앞서 아시아 경제 공동체 전선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우리나라의 이득이 무엇인지, 또 외교적으로도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가야 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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