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판’이 바뀌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동학개미’가 주도해 오던 증시는 최근 들어 전통적인 주요 시장 수급 세력인 외국인들로 바뀌었다. 외국인들의 투자는 연일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고기록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귀환에 내년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위험요소 또한 상존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17포인트(0.58%) 오른 2617.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2628.52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고, 종가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점으로 마감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지수 상승은 단연 외국인들의 힘이 컸다. 이날 외국인들은 72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외국인들은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7조1416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코로나19로 폭락장이 연출됐을 때 지수상승을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5조9601억원을 순매도하며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수급의 주체가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뀐 것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 내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날 기준으로 36.24%로 올라섰다. 지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기업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차익매물 출회가 아닌 우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3분기 기업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서자 내년 실적도 좋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90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영업이익은 총 36조447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25%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5.54%)보다 1.71% 포인트 늘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의 수급 개선은 국내 기업의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시각은 외국인들의 매수 업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경기민감주인 전기전자업종을 3조930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화학업종도 1조851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과 경기회복 기대감, 넘치는 유동성, 기업실적 개선 등이 배경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흥국증권은 내년 코스피전망치로 3000포인트를 제시했고, SK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최대 2900포인트, 28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장세로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을 때보다 최근 코로나발 유동성 장세에서의 고점 경신 기간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지수가 한층 더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 귀환에 따른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지나친 면이 있는 데다 미국의 재정정책 변화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겨울철 코로나19 재확산에 경제 회복 경로가 불투명하고, 미국 재무부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비상 대출 프로그램을 연말에 종료한다고 밝힌 점 등은 불안 요소”라며 “내년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당분간 변동성은 불가피할 수 있다. 금리가 증시의 색깔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