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포뮬러원(F1) 선수 로맹 그로장이 화염에 휩싸인 머신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목숨을 구했다.
30일(한국시간) 바레인 사키르의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20 F1 챔피언십' 15라운드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프랑스-스위스 이중 국적으로 드라이버 로맹 그로장에게서 일어났다. 로맹 그로장의 머신이 출발선에서 스타트한 3번 코너를 벗어나 직선 구간으로 진입한 뒤 속도를 끌어올려 추월하려는 순간 다닐 크비야트의 머신 왼쪽 앞바퀴에 오른쪽 뒷바퀴가 부딪히며 중심을 잃었다.
당시 시속 220㎞ 스피드로 달리던 로맹 그로장의 머신은 오른쪽 방호벽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화염과 함께 머신이 두 동강 났다. 당시 사고를 본 이들은 머신 안에 있던 로맹 그로장에게 큰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진화를 하는 동안 정신을 차린 로맹 그로장은 스스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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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고에 대해 영국 BBC는 "차량이 장벽에 부딪히는 충격이 중력 가속도의 53G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즉, 체중이 71㎏인 로맹 그로장이 충돌 순간 3.8톤 충격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로맹 그로장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바로 F1 머신 운전석을 보호하는 Y자 형태의 롤케이지 장치인 '헤일로 헤드-프로텍션 디바이스(halo head-protection device)'가 장착됐기 때문이다. 로맹 그로장도 이 헤일로 덕분에 큰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로는 2014년 프랑스 쥘 비앙키의 사고로 심각성을 깨달은 F1이 2018년부터 모든 머신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당시 비앙키는 코너를 돌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리커버리 차량(크레인)과 정면충돌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비앙키는 수술대에 올랐지만, 끝내 사망한 바 있다.
병원으로 이송된 로맹 그로장은 두 손등에 화상을 입은 것 외에는 큰 부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맹 그로장은 트위터에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 F1에 헤일로를 도입한 것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헤일로가 없었다면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2시간 59분 47초 515를 기록한 루이스 해밀턴에게 돌아갔다.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해밀턴은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며 '폴 투 윈'을 달성했다. 최근 그랑프리 5연승과 함께 이번 시즌 11승째를 달성하며 개인 통산 95승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가 끝난 후 해밀턴은 로맹 그로장 사고에 대해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사고 장면이었다. 머신과 콕핏(운전석)은 물론 그로장이 얼마나 커다란 중력가속도를 견뎌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헤일로가 큰 역할을 해준 게 감사할 뿐이다. 헤일로가 없었다면 방호벽 때문에 그로장의 머리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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