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세무사 일을 “허하라” “말라” 입법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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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기자
입력 2020-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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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이찬희 협회장)와 세무변호사회(박종흔 회장), 한국청년변호사회 등 국내 변호사단체들이 “구 세무사법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크게 반발하며 국회 앞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 변호사단체는 지난 18일부터 국회 정문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1인 시위 릴레이에 나서고 있다.

양경숙 의원안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범위를 △신고, 신청, 청구 등 대리 △세무조정 △조세상담 또는 자문 △의견진술 대리 △개별공시지가 동의 이의신청 대리 △신고서류 확인으로 정하고 있다. 고유 세무법률사무 업무 중 장부작성 대행, 성실신고 확인이 빠져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변협은 성명을 내고 “양경숙 의원의 세무사법 대안 등은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중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하는 내용으로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반하는 위헌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하여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해 온 행위는 위헌이자 위법이며,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하는 변호사가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더욱 뛰어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등으로부터 법률상 근거 없는 차별을 받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단체는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본질이 회계 관련 사무에 속하는 것이다”면서 “변호사에게 회계 관련 사무를 허용하는 것은 회계투명성 제고 노력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 직역 간 갈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세무사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변호사에 대해서는 등록 예외 규정을 두어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을 제한하였다. 변호사의 세무사등록부 등록을 제한한 구 세무사법 제6조와 제20조를 두고 오래전부터 서로 다툼을 벌여왔으나, 결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4월 26일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을 선고할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2019년 12월 31일로 시한을 정해 개정 시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당 세무사법 조항의 효력이 2020년 1월 1일부터 상실되었고, 현재는 1여 년간 입법 공백 상태에 있다. 이러한 입법 공백 상태에서 각 단체는 또다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개정안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세무사법 제정과 변화의 역사는

1961년 제정된 세무사법은 △변호사 △계리사 △세무사고시에 합격한 사람 △상법·재정학·회계학 또는 경영경제학에 의하여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 △교수자격 인정령에 의한 자격을 가진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으로서 상법·회계학·재정학·조세론 또는 경영경제학을 1년 이상 교수한 사람 △상법·회계학·재정학 중 1과목 이상을 선택하여 고등고시에 합격한 사람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로서 국세 또는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통산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주었다.

그 뒤 경제 발전에 따라 조세 관련 법령이 복잡해지고 세무사 자격 소지자가 늘어나자 세무사 자격 인정 범위를 줄여 1972년 개정된 세무사법은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사람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으로서 그중 일반직 3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공인회계사 △변호사에게만 세무사의 자격을 인정하였다.

이어 1999년에는 국세 관련 경력공무원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폐지되었고, 2012년에는 공인회계사, 2017년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각각 폐지되었다.

◇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은

국회는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들의 세무대리 업무의 허용 범위를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하여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양경숙 의원안, 양정숙 의원안, 전주혜 의원안 등 총 3가지의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차이점은 세무대리업무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외해야 한다는 양경숙 의원안, 그리고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양정숙·전주혜 의원안으로 나뉜다.

양정숙 의원안과 전주혜 의원안의 차이점은 변호사에게 실무교육을 부여하는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며, 양정숙 의원안의 경우에는 실무교육 없이 모든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를 가능하게 했으나 전주혜 의원안은 대통령령을 통하여 일정한 실무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도록 정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에서 변호사들에게 장부작성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는 세무업무를 두고 자유롭게 경쟁해야

세무사 제도는 역사적으로 납세의무 이행과 세무행정의 원활함을 기하기 위해 기존 조세 실무전문가인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별도의 제도로 신설된 것이며, 제도 신설 이후 세무고시를 통해 신규 세무사들이 배출돼 국민 수요를 충족해 왔다.

이러한 직역간 다툼에 대하여 한국청년변회 이사 이은성 변호사는 “변호사는 세법전문가로 세무 관련 법률사무를 수행하기에 어느 직역보다 전문성이 있다”면서 “세무사법 제3조는 2018년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세무사 자격이 분명이 있음을 밝히고 있어도 실질적으로 세무사 직역의 이익 때문에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길을 막아 놓았는데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되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이 결정 취지에 반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 입법이 또다시 추진되었고, 별다른 진전 없이 법적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며, 세무사들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헌법에 합치되는 법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하여 “현재 변호사의 세무업무에서 기장대리 등 특정 서비스만 제한하는 것은 그렇게 할 이유가 특별히 없고, 각 직역간 서로의 업무능력에 대해 상호 체킹을 하며,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어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업무와 관련하여 직역간 반목과 갈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자격사의 서비스 제고를 위한 상호간의 융복합을 고민하고, 국민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사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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