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신공항 논란] ①대통령만 4명 거친 난제…정권마다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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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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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정부 2006년 남부권 신공항으로 시작

  •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단골 대선공약

  • 2018년 지방선거 與압승 후 또다시 원점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에서 대회를 주최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들이 가덕도 신공항의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해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6년 이후 정부가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재검토’를 거듭해 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2006년 참여정부가 시작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2월 17일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오찬에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 자리에 와 있다”면서 “이 자리에서 바로 하명하겠다. 지금부터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공식 검토해 보자”고 말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등장했지만,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반복했다.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만 해도 김대중 정부 때 김포공항 확장안 검토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등 총 여섯 차례 진행됐다. 현 정부의 김해신공항 검증위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 차례다.

신공항 사업은 정권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됐다. 2011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4월 1일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영남지역 주민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선에서 맞붙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되살렸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부활시켰다.

결국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내걸었다. ‘TK(대구·경북) 대 PK(부산·경남)’ 간 갈등이 고조되자,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외부 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용역을 맡겨 김해공항 확장안에 손을 들어줬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대신 김해공항 확장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안까지 마련했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 압승’ 이후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필두로 한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과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반대를 주장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도 가덕도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힌 뒤 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공론화했고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가 구성됐다.

여권은 검증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가덕도신공항 검증에 약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신공항 입지 변경 추진을 서둘렀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과 달리 2017년 대선 때는 가덕도 신공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도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했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부산에서 5석을 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3월 부산을 방문해 “검증 결과를 놓고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만약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검증 논의를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백지화까지는 규정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그 문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된 게 맞느냐’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의원이 ‘신공항으로 가덕도가 구체적으로 언급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검증위의 검토보고서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국토부)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검토가 필요한지 그 조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동남권 신공항 추진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이번 일로) 만난 적은 없다”면서 “공항을 어떻게 하느냐는 법과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렇게, 저렇게 지시할 수 있는 폭이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 의원들 간의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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