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사모펀드] 냉탕·​온탕 오가는 금융정책···​ 투자자 보호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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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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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환매중단에 2015년 이전으로 사모펀드 규제 후퇴 움직임

  • 복잡한 사전 규제보다는 가입요건·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지목되면서 금융당국도 다시 사모펀드 시장을 둘러싼 울타리를 높이려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방향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규제완화 원인으로 지목당하자 정책 기조 선회하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부터 사모펀드 시장 규제를 완화해 왔다. 당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전반을 손보며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투자 금액 요건을 낮췄다. 운용사 설립 요건도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자본금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민은 뒷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규제완화 이후 사모펀드 환매연기 건수는 2018년 10건, 2019년 18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64건에 달한다.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을 감독하고 투자자 손실의 원칙을 세우기 위한 정책 설계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정책 기조를 수정한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에서 일반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수탁사·판매사의 견제와 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라임 무역금융 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 손실을 100% 보상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내놨다. 이들 판매사 CEO들에게 문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도 내렸다.
 
◆시장 옥죄는 규제는 부작용 커··· 정보 비대칭 해소에 초점 맞춰야

다만 이 같은 방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모펀드가 가진 순기능이 있는 만큼 금융사의 자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판매사나 운용사, 수탁사에 대한 복잡한 사전 규제를 만들기 보다는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일반투자자의 자격을 촘촘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최소투자금액 등의 요건에 따라 사모펀드 가입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질적 요건을 보다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와 고객 간 정보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격요건은 정보생산이나 위험부담 정보를 내포하고 있어야 하는데, 최소투자금액 요건은 그 점에서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며 "재산상태나 전문지식에 관계없이 최소투자액 3억원이 충족되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오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반투자자들의 사모펀드 가입을 제한하고,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투자자의 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한 투자권유를 하도록 하는 원칙)을 전문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사모펀드의 '원조'에 해당하는 미국의 경우 한국의 전문투자자와 유사한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에게도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사모펀드 사태의 핵심은 투자금액 기준이 아니라 금융사와 고객 간 정보 비대칭성"이라며 "이 기회에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재구축하고, 개인 전문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적용하게 해서 불완전판매 억지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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