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상국가로의 행보에 속도를 내는 듯하다. 내년 1월 하순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를 평양에서 소집, 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정책 추진에 속도전을 낼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상임위원장 주재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가 개최됐다고 전하며 내년 1월 하순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다. 통상적으로 연 1회, 4월경에 정기 회의를 소집해, 헌법·법률 개정·주요 국가기구 인사·예산안 승인 등 기능을 수행한다. 단 지난 2012년, 2014년, 2019년에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내년 1월이 정치적 계절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제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집권 10년을 평가하고 향후 10년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향후 10년의 미래비전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상임위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학기술성과도입법·임업법·이동통신법을 제정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사상·정신·문화를 수호하기 위한 법이다. 또 과학기술성과도입법은 성과 계획을 작성·통제·심의하는 방법을 다룬다. 임업법은 임업 기지를 꾸리고 나무 심기·가꾸기를 진행하는 등 사안을, 이동통신법은 이동통신 시설의 건설과 관리·운영 등의 문제를 다뤘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이번 상임위는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 및 현재의 국가적 과제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준비회의”라며 “사상·과학·임업·이동통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입법 과제 처리는 향후 사상을 틀어쥐어서면서도 전방위적 개혁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주목했다. 임 교수는 해당 법에 대해 “최근 사상사업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면서 “북한은 지난 11월 29일 김 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당 사상사업 부문 강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사상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대상 기관들에 당의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정책적 지도와 당적 지도를 심화시키기 위하여 당 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기구를 개편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 사상사업부문을 개선 강화하기 위하여 해당한 문제들을 심의하고 조직 기구적 문제를 승인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논의는 지난달 정치국 회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 중 하나란 얘기다.
임 교수는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라면서 “이는 사실 북한이 처해 있는 현실, 즉 대북제재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초래될 수 있는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경제난이 심화할수록 사회주의 정당성과 생활력 입증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 강력한 입법과 사상사업으로 주민들의 동요를 막겠다는 속내가 포함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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