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가 한·일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 올랐다.
8일 외교부·주한일본대사관 등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의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배출수를 예로 들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무리한 비교’라고 지적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①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월성 원전 ‘배출수’와 같다?
지난달 일본대사관은 외교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국제 관행상 모든 국가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물에 대해선 해양 방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월성 원전에서도 해양 방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얘기”라며 “일본이 어떻게 버릴 결정이 없는 데다 실제 배출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난 원전과 일반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다르다며 일본의 주장에 “나쁜 과학”이라고 날을 세웠다.
버니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정의 경우, 대참사로 수백t의 핵연료 용해를 일으켰다는 것이 일반 원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핵연료가 물과 대기 중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② ‘알프스’로 정화한 日 원전 ‘처리수’, 안전하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처리수’를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이다.
일본은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피폭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를 넘지 않고, 처리수가 방류 후 바닷물과 희석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정도의 농도를 유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이 가진 계획만 갖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선량인 1mSv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도 “실제 이행이 될지, 바다에 버릴지 말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자는 “일본 정부의 조치 계획이 안전하다고, 말다라고 판단하기엔 관련 정보가 너무 적다. 정보를 얻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본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변국을 대상으로 아웃리치(대외접촉)를 하면서 일본 정부에 어떤 방식으로 방출할 것인지의 계획과 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③日 오염수 방출, 2022년 여름경엔 이뤄져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 방식으로 정화한 오염수를 저장 중인 후쿠시마 원전 탱크가 가득 찬다는 이유로 2022년 여름경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는 저장탱크 포화 시점이 강수량 감소 등으로 인해 2023년 봄경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염수 방출 시기를 두고 일본 현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읽힌다.
당국자는 “일본 정부 조치 계획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일단 관련 정보가 적다”고 재차 강조하며 “검증을 일본에 맡겨 놓으면 누가 믿겠는가. 객관적으로 제3자가 참여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국제사회) 주체들에 얘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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