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대어(大魚)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경매가 진행되는 공판장은 인산인해(人山人海)다.
몇 번의 경매가 진행됐을까. 대어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구매자들은 침을 '꼴깍' 삼킨다. 모습만 봐도 침이 고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눈치를 보기 바쁘다.
경매사가 대어를 소개한다. 들을수록 훌륭하다. 그러나 마지막에 경매사는 "대어만 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해산물들의 가격도 함께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자니 비싸고, 안 사기에는 아쉽고. "아, 이거 어쩌지."
대어라 불리는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이 시장에 나왔다. 훌륭한 골프장이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단일 품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골프장 매입을 위해서는 콘도미니엄 4곳(통영·화산·설악·제주), 워터파크 3곳(아산·화순·제주),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 & 골프 리조트 등으로 구성된 금호리조트 전체를 매입해야 한다.
9일 오후 매각주간사인 NH투자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은 금호리조트 보유 지분 매각에 대한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매각 대상은 금호리조트 보유 지분 100%다. 현재 금호티앤아이(48.8%), 아시아나IDT(26.6%), 아시아나에어포트(14.6%), 아시아나세이버(10%)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측은 지난달 18일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는 호반건설, KT, 금호석유화학, 대명소노그룹 등 10여곳이다.
그중 인수가 유력하다고 평가받았던 곳은 호반건설과 KT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36홀 규모의 골프장(스카이밸리 컨트리클럽)을 내놓은 것과 KT가 자문사를 선정한 것이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라고 봤다.
그러나 실사를 마친 호반건설과 KT 등 일부 원매자들이 입찰을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한 가지로 모였다.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은 가치가 높지만, 패키지에 포함된 콘도미니엄, 워터파크 등은 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의 가치는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패키지(금호리조트) 가격인 5000억~60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원매자에게는 큰 도박이나 다름없다. 현재 콘도미니엄, 워터파크 등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며 적자로 돌아섰고, 몇 곳은 시설 노후화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늠해 볼 때 낙찰자에게는 두 가지 갈림길이 생긴다. 리스크를 안고 전체를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가치가 높은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매각할 것인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과 KT는 콘도미니엄과 워터파크 등에 부담을 느껴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사 중인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입찰이 가장 유력한 곳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11.02%)인 금호석유화학이다. 그러나 가치 판단에 따라 적정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시아나 컨트리클럽 골프 회원권의 가격이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HDC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불발되면서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의 회원권 가격은 주위 골프장보다 하락세를 걸었다. 그러나, 입찰 이슈가 떠오르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시세도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금호리조트 입찰 마감이 다가오면서 회원권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인수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용인 골프장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과 전국 관광지에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마케팅을 원하는 대기업 등에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6홀 규모인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은 '골프 특별시'라 불리는 경기 용인시에 위치해 있다. 영동고속도로 양지IC에서 10분 거리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 내장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다.
더불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장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은 금호아시아나오픈을,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메이저 대회인 KPGA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 컨트리클럽이 아닌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 & 골프 리조트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아시아나항공오픈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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