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최종판결은 10월 5일(현지시간)로 예정됐으나, 미국 현지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같은 달 26일로 늦춘 뒤 다시 12월 10일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양사 입장에서는 다수 얽혀있는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판세를 가를 중요한 판결이지만, 미국 대선 등 정국 변화로 인해 한 차례 더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는 양사의 극적인 합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LG화학이 최근 배터리 별도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하면서 관련 소송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승계했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수장에 김종현 사장이 선임되면서, 향후 IPO 등에 전력을 쏟기 위해서라도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은 LG화학을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반열에 올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부터 한국전지산업협회장을 맡는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양사의 소송이 장기화 될 경우 K배터리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의 위협이 거센 상황에서 업계 전반에 득보다는 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ITC가 최종판결을 한 차례 더 연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겐 호재일 수 있다. 시간을 더 버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여전히 위험 수준이라 다른 소송 건도 최종판결이 순연되는 상황"이라며 "LG 대 SK 배터리 소송 최종판결도 연기될 공산이 커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든 LG화학으로선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하는 배상금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전망이다. 다만 ITC가 최종판결에서 제시할 여러 변수가 LG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ITC는 이번 최종판결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을 따지는 중재안을 내거나, 수정(remand) 지시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LG화학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소송전이 길어진 데 따른 피로감이 큰 것으로 안다"면서 "배상금에 대한 양사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 출범이 양사의 협상 국면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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