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경제 3법은 상임위 처리 하루 만에 국회 법사위까지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날에 이어 회의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일방적인 의결이었다.
민주당은 경제 3법이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에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낙연 대표는 9일 본회의를 앞두고 실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발전의 도도한 소명에 동참하고 성원해주길 국민께 호소드린다"며 법 개정에 역사의 소명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강도 높게 아쉬움을 표했다.
박 회장은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서둘러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개정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박 회장은 "그대로 강행 처리될 경우 혹시 부작용이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그땐 의결한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 6곳도 "여당 단독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의결권 제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소송 대응 여력이 적고 투기자본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이 더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투기 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해 영업 기밀과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돼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지적했다.
전경련은 기업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경제3법 등의 시행을 1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계에서도 경제 3법 통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3법은 기본적으로 기업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러면 기업들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어 결국 한국을 떠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지난달 경제개혁연대 측이 상법 개정안의 3% 룰을 두고 “대주주 의결권이 0%로 제한되는 국가도 있다”고 주장하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고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법률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관련 학계 관계자는 “경제 3법이 기업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충분한 합의를 거치지 않고 한쪽의 의견에 치중된 채 입법이 되고 있다”며 “기업의 자연스러운 경영활동과 경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 국회에서 강행돼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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