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11개월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3000명이 발생했고, 누적 확진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대거 늘면서 전국 병상과 의료 인프라 부족은 현실이 됐다. 특히 전국 중환자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해 K방역은 기로에 섰다.
◆일주일간 3000명·3주만에 1만명 확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수도권은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일주일간 3000명(12월 3일~9일)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조만간 방역과 의료체계 대응 역량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민간병원서 병상 확보해야”
당장 큰 문제는 병상 부족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9일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전체 545개 중 51개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 3개, 경기 3개, 인천 1개로 모두 5개 미만이다. 문제는 숫자상 남아있는 병상으로 분류돼도 실제 현장에선 중환자 병상 수는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내 인력이나 장비 등이 부족해 환자를 바로 받을 수 없다거나 병원 내 다른 중환자를 위해 병상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민간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 활용을 주장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교수)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환자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체육관 등 시설은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 대신으로 활용할 수 있어도 중환자 등을 치료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중증환자만 전문으로 보는 전담병원을 지정하거나 (이제는) 공공 병원만이 아니라 민간 병원에서도 중환자를 받아줄 생각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민간병원들이 코로나 환자 받기 꺼려하고 있다. (상황이 시급한 만큼) 병상 확보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무조건 음압격리병실일 필요가 없다. 병동 단위로 환자를 보면 된다. 병동별로 공기정화시설 따로 돼 있어서 감염에 취약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 대책위원장도 “생활치료센터도 확진자들을 모아서 관리한다. 병원도 중환자가 아니라면 굳이 음압시설에서 확진자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음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때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위중증 환자 수는 일별로 ‘97명→101명→117명→116명→121명→125명→126명→134명→149명→172명’을 기록하며 계속 증가해 왔다.
사망자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1∼2명, 많아야 4명 정도 나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3∼5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8명이 추가돼 누적 564명이 됐다. 8명은 3차 대유행 시작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다.
◆수도권 확진 자택 대기 506명
확진자가 폭증하는 수도권 내에서 양성 판정 후 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를 배정받지 못해 집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신속하게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집에서 머물게 될 경우 가족이나 지역으로 추가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스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백브리핑에서 “어제 수도권 자택 대기 환자가 506명 정도였고, 경기 지역이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이 반장은 “확진 결과가 나오고, 주변 센터나 병원 배정 후 이동하는 데까지 하루 정도는 걸리고, 그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오늘내일 중으로 개소하는 (코로나19 환자) 직영 병원이 있어서 (자택 대기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서는 전문의가 전화로 자택에서 대기 중인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홈케어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숨은 감염원 찾기 총력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누적 확진자 4만98명 중 1만6000여 명은 무증상 감염자로 추산할 수 있다.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확진자가 늘면서 방대본은 무증상 확진자를 선제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지침을 변경해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 이상에선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고, 확진자 접촉 등 역학적 연관성이 없어도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진 의심 증상이 없거나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으면 16만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방대본은 수도권의 잠재된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보선소 운영시간을 늘리는 한편, 젊은층이 모이는 대학가와 서울역 등 150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3주간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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