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싱저·네이쥐안·다궁런....."
올 한해 중국 사회 각계에서 널리 회자된 유행어다. 중국 문예월간지 ‘야오원자오쯔 (咬文嚼字 교문작자)’가 선정했다. 야오원자오쯔, 직역하면 ‘글을 깨물고 글자를 씹는다’는 뜻이다. 야오원자오쯔는 1995년부터 해마다 10대 유행어를 발표하는 것으로 중국 내 명성을 얻었다. 올해 10대 유행어를 통해 중국 사회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되짚어본다. 특히 코로나19가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유행어에 반영된 점이 눈여겨볼만하다.
◆런민즈상, 성밍즈상(人民至上,生命至上·인민지상, 생명지상)
◆니싱저(逆行者·역행자)
코로나19, 대홍수 같은 대재난 속에서도 신념과 책임감이 빛난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의 안위를 제쳐두고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역행자라 불렸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코로나19 첫 발발지인 우한의 방역 전선에서 온힘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다.
◆싸(飒)
원래 '쏴아' 부는 바람소리를 묘사하는 의성어인데, 최근 중국에서 멋지다, 깔끔하고, 시원시원하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멋진 여성에게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19가 중국을 덮쳤을 때 방역전선에서 활약한 여성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러러 나온 말이다.
◆허우랑(後浪)
중국엔 창장허우랑투이첸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이란 말이 있다. 창장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말로, 보통 세대 교체란 뜻으로 자주 쓰인다. 특히 올해 중국 온라인에서는 ‘허우랑’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동영상이 인기몰이했다. 유명배우 허빙이 기성세대 입장에서 젊은 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여기서 젊은세대인 주링허우(90後), 링링허우(00後)를 가리키는 말이 허우랑이다. 허우랑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중국을 앞으로 이끌어 나갈 주력 세대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선서우(神獸)
보통 자녀를 가리킬때 쓰는 말이다. 신화 속 동물처럼 귀한 자식이지만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없다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속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받은 자녀들을 관리하는데 애를 먹은 학부모들이 '선서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즈보다이훠(直播帶貨·라이브커머스)
코로나19로 중국 사회엔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활황을 띠었다. 특히 즈보다이훠, 즉 동영상 생방송을 하면서 물건을 파는 라이브커머스가 새로운 소비 마케팅 모델로 각광받았다. 기업마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팔지 못한 재고물품을 처리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까지 직접 나서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홍보했다. 옷이나 화장품은 물론, 차와 집까지 라이브커머스로 내다팔았을 정도다.
◆솽쉰환(雙循環·쌍순환)
중국의 향후 5년(2021~2025)을 위한 장기 경제발전 전략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언급했다. 코로나19,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등 전 세계 불확실성 확산세 속 중국은 앞으로 내수 중심의 자립화 경제(국내 대순환)를 기반으로 국제무역을 확대(국제 대순환)하겠다는 의미다.
◆다궁런(打工人)
원래는 일용직 노동자, 임시 노동자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유난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전문직, 사무직, 공장직 근로자 구분없이 누구나 치열한 사회 경쟁과 생활고의 압박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궁런은 매일 출퇴근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월급쟁이를 지칭하는 말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짜오안(早安, 좋은아침), 다궁런"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아침 출근인사로 유행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네이쥐안(內卷)·
'안으로 말린다'는 뜻으로, 원래는 어떤 사물이 일정 단계까지 발전한 이후 더 이상 그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현상을 일컫는 사회학술 용어다. 특히 올해는 취업난 심화 속 대학생들이 지나치다 못해 비이성적인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질적 성장 없이 소모적인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최근엔 학력, 성적이 전부가 아니며, 네이쥐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탈(脫) 네이쥐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판얼싸이원쉐(凡爾賽文學 베르사유 문학)
줄여서 판쉐(凡學)라고 한다.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잘난 척하는 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 미치겠어. 통통한 얘들만 보면 부러워 죽겠어." 이런 식이다. 온라인 상에서 '베르사유 문학 대회'까지 열렸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잘난 척보다는 풍자, 조롱적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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