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경제3법④]정부 지주사 장려 방식에 '신규 고용'보다 자회사 지분 확보에 돈 쏟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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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입력 2020-12-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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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개 비지주사. 전환시 30조9000억 필요…24만명 신규 고용 막아

  • 롯데지주, 지주사 지분율 맞추려다 자회사 신용등급 하락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2018년 11월 발의됐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그러다 이달 3일 하루 논의 후 일주일이 지난 9일 1980년 법 제정 후 40년 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모든 반대와 읍소를 무색하게 한 졸속 입법이었다.

논란이 됐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됐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독소 개정안은 그대로 담겼다.

담합(매출액 10%→20%), 시장지배력 남용해외(3%→6%), 불공정거래행위(2%→4%) 등에 대한 과징금이 각각 두 배로 늘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업결합(M&A) 시에도 인수금액이 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합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현행 인수대상 회사 매출액이나 자산총액 300억원 이하면 면제). 공정위는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관련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간 M&A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김성훈기자]


◆개정안이 오히려 지주회사 체체 가로막아

이 외에도 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많은 규정이 생겼다. 그 중 재계에서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지주회사에 대하 자·손회사에 대한 의무 보유 지분율 확대다.

현행 기준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 비상장사의 경우 4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까지 늘려야 한다.

정부 스스로 그간 장려해 온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정부는 “기존에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높지 않아 대기업이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 강화로 인해 지주사 체제 전환 시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능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개정 요건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확보에 약 30조9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약 24만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한 비용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현재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이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따르려면 SK하이닉스의 지분 보유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

SK텔레콤은 현재 SK하이닉스 지분 20.01%를 보유한 상태다. 10일 기준 약 84조8000원에 달는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약 8조4800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SK텔레콤이 이를 미리 상정하고 자금을 확보해두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2년 1월 전까지 8조4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법적 문제나 세금 정산 등의 작업을 1년 안에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정책에 따라 사업 전략을 마련해 실천한 기업집단이 많다"며 "편법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변질된 기업집단과 동일하게 보고 강화된 틀 안에서 규제를 하는 것은 신뢰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지분율 지키려다 신용도 하락에 재무안정성 문제 발생도

지주사 지분율 확대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비용 관련 문제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3월 롯데지주 비상장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같은 롯데지주 자회사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했다.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확보해야 한다는 현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롯데지주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흡수합병 이후 롯데로지스틱스 회사채가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관하면서 A+였던 신용도가 A로 떨어졌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익성 약화와 투자 부담이 원인이었다.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자회사 분할합병 과정에서 비용은 물론 신용도 문제와 재무안정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롯데지주 설립 때에도 분할합병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약화 문제가 발생했었다”며 “현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도 많은 기업이 손해를 감수했는데, 코로나19로 경영에 골머리를 앓는 이 시기에 공정거래법까지 신경쓰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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