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경제3법⑥]“늘리면 3%룰, 줄이면 少지분으로 지배…뭘 해도 기업은 욕먹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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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입력 2020-12-1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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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 "경제3법,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 미칠 것"

  •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고 내모는 상황

  •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불안감 없이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제도 필요

 

[데일리동방] “이번 법안들은 외부 투기세력이 우리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대비해 지분을 늘리면 규제를 받고, 지분을 분산하면 꼼수라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뭘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법안입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데 기업이 투자를 못하게 만들었다”며 경제3법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9일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등 경제3법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배구조의 투명화 등을 내세워 경제3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경제3법이 기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법률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 팀장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계와 공청회를 갖기도 했지만 경제3법에는 기업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입장만 고려한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경제3법 중 가장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부문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소액주주를 위한 것이고, 3%룰 기준도 기업의 의사를 반영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에서 개별로 나눴기 때문에 우려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도 지나친 과장이라는 입장이다.

◆"유동성 많아져 헤지펀드 공격 커질 수 있어"

하지만 재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유 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활용할 주체는 경영권에 욕심을 내는 3대주주나 투기자본일 것”이라며 “결국 기업은 이들과 싸움을 위해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과거 소버린, 칼아이칸, 엘리엇 등 우리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사례는 많다. 결국 이 법안은 해외 투기자본의 활동 도와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가 저금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심해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팀장은 “현재 전 세계는 저금리 현상으로 유동성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이 자금이 헤지펀드로 간다면 수익을 노리기 위한 기업 공격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공정’을 말하고 있지만, 경제3법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제로 글로벌 경쟁에서 또 다른 짐을 짊어진 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유 팀장은 “우리 기업들은 이미 해외 매출이 70~8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 족쇄를 채우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을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 내모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80년대 이론으로 기업 규제"

정부가 경제3법을 도입하면서 내세운 이유에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등이 있다. 재계에서 반대를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목적들은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던 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확실한 근거가 없는 단순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유 팀장은 “기업 투명성이 얼마나 나쁜지,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러한 주장은 80년대에 나왔던 주장으로 그 때 상황에서 한치도 변하지 않은 이론으로 펼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이미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상황으로 또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유 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기업규제 부담은 하위권”이라며 “경제3법에서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사외이사 자격 또한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방어위한 보완입법 필요

유 팀장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업들이 경제3법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3법에는 투기세력이 기업 대주주를 이길 수 있도록 만 해 놓았을 뿐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공정거래법에서는 계열사 지분을 높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상법의 3%룰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제3자 등에 지분을 분산하면 ‘꼼수’라고 지적할 것이고, 대주주 지분이 낮아지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도 기업은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기업 입장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은 외부에서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법에 명시된 만큼 기업주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3%룰 등 기업이 공격당한 수단이 많은 만큼 기업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경제3법에 대한 후속적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기업이 불안 없이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제도의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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